노르웨이 여성운동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 남성중심사회서 여성중심사회로의 통쾌한 재편노르웨이의 여성운동가인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는 1975년 출판한 『이갈리아의 딸들』(황금가지에서 번역·출판)에서 지은이는 유쾌한 상상력을 동원해 모계사회인'이갈리아'국가로 안내한다. 이갈리아에서는 기존 가부장제에서 규정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바뀌어 있다.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는 여성은 통쾌하게 느낄지 모르나 남성은 여성에 의한 남성의 기득권 박탈 위협으로 느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세계, 이갈리아에 익숙해지려면 이갈리아의 용어들을 알아야 한다. '이갈리아(Egalia)'는 평등주의(egalitarian)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라는 설이 유력하며,'움(wom)'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 분류되는 성(性)의 인간을 뜻하기도 하고, 어떤 성의 인간이든 인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가령,'맨움(manwom)'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라고 분류되는 성의 인간을 말한다. 움은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며, 맨움은 자녀 양육과 가정을 돌보는 의무를 가진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가 창조한 이갈리아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에 남성중심적 모습이 얼마나 많이 투영되어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이갈리아의 움과 맨움들은 '하느님 어머니'를 믿으며 그녀의 딸인'도나 제시카'를 신봉한다. 하느님 어머니는 세상을 창조한 후 마지막으로 움을 만들었다. 하지만 움이 외로워하자 움의 돌출부 중 하나를 가져가서 그것으로 맨움을 만들었다. 인류가 동물의 세계와 같이 가부장적인 세계에 머무르다가 모계사회라는 '문명'을 가지게 된 것은 '도나 제시카'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말하는 왕국은 'queendom'으로 표현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셰라클 장군과 그녀의 탐험에 대한 시험'처럼 모든 것이 움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한편 맨움들은 자신의 우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들의 '택함'을 갈망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임영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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