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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안돼. 연애한다고 속썩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생리한다고

튀거든”

1,2편 통틀어 1백56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수(서울관객 기준)를 기

록한 영화 〈투캅스〉가 여형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시 등장했다.

〈투캅스3〉의 여형사(최형사, 권민중 분)는 전편에 등장했던 ‘캅스

걸’들이 두 남자 형사의 그늘에 가려진 반면 최형사는 당당한 주인

공 ‘우먼캅’이라고 제작사는 공언한다.

영화 〈투캅스〉는 그 흥행 만큼이나 부정적 여성상을 확산시켰다.

한마디로 1,2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남자의 성공이나 목적 달

성을 위한 미인계에 불과했다. 더우기 1편의 지수원은 나중에 강형

사의 아내가 되어 강형사를 부정부패의 길로 이끈다. 부정부패의 원

인을 철없는 아내의 과소비 탓으로 돌리는 최근의 섣부른 경제진단

논조와 다를 바 없다.

3편에 나오는 최형사는 어떤가.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답

게 최형사는 약게 행동한다. 선배와 동료들의 커피 심부름도 다소곳

이 해내고, “여자는 경찰해선 안된다”는 지론을 펴는 파트너 이형

사에게 “그런 바보같은 논리로 경찰생활을 해왔다는 게 신기하군

요”라며 쏘아붙일 줄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형사에게 아쉬운 점은 많다. 그는 결코 주연

이 아니다. 처음 맡은 소매치기 추격 사건. 소매치기에게 피해를 입

은 노점상은 그의 뒤를 쫓는 최형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첫번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 두번째 맡은 사건은 강간범을

잡는 일. 지하철 공중화장실에서 현행 강간범을 잡는 최형사 역시

강간범의 눈에는 한낱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곤욕을 치른 최형

사. 결국 그 강간범도 남자 파트너인 이형사가 잡는다.

그 광경을 보노라면 ‘형사의 길이 저렇게 어렵구나’가 아니라

‘여자는 형사라는 직업에 안어울리는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가슴이 깊게 패인 상의는 차치하더라도 7㎝나 돼보임직한 하이힐을

신고 범인의 뒤를 쫓는 모습에선 현란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전혀 역

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스토리 전개상 최형사는 혁혁한 공을 세워 동료 형사들로부

터 추앙을 받게 된다. 커피 심부름 시키던 선배들은 “커피는 내 손

으로 타 먹어야지. 최형사가 커피 타주러 강력계에 왔나”하며 호들

갑을 떤다. 이 순간 여성관객은 통쾌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여자

라도 능력만 갖춘다면 존중한다는 식의 발상. 그러나 이는 이제껏

여자를 무시한 것은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도

출시킨다.

또 하나. “진정한 파트너는 잠복근무도 함께 하고, 함께 사우나에

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그런 사이”라고 윽박지르는 이형사의 원대로

이형사가 먼저 들어간 목욕탕에 쫓아 들어가는 최형사. 마치 남녀평

등을 여성의 남성화인 양 오인할 소지가 다분하다.

1,2편에서 보여주었던 경찰이나 공직자에 대한 통쾌한 풍자가 빠져

재미마저 줄어든 3편의 흥행저조가 ‘여자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면

안된다’는 징크스를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기우일

까.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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