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인권 선언 100년]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라…다시 읽는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어린이인권 선언 100년]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라…다시 읽는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 진혜민 기자, 김민주 수습기자
  • 승인 2022.05.21 08:13
  • 수정 2022-05-21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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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어린이날 기념 선전문 다시 보니]
‘잼민이’ ‘급식충’ 등 비하 표현, 유행어로
“훈육 위한 부모의 체벌, 학대될 수 있다”
누구나 이용 가능 어린이 놀이시설 14%
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에서 마스크를 벗은 어린이들이 뛰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에서 마스크를 벗은 어린이들이 뛰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2.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3. 어린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주십시오

4.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5.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에 맞춰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6.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보내주십시오

7. 장가와 시집 보낼 생각마시고 사람답게만 하여 주십시오

어린이를 ‘애녀석’, ‘아해놈’, ‘어린 것’이라며 얕잡아봤던 고정관념을 깨는 일곱 가지 선전문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됐다. 100년 전 소파 방전환 선생은 ‘어린이 선언’과 함께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2022년 어린이날 기념 선전문을 다시 읽어보면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1923년 5월 1일 동아일보 3면에 실린 어린이인권 선언. 사진=방정환재단 홈페이지 캡처
1923년 5월 1일 동아일보 3면에 실린 어린이인권 선언. 사진=방정환재단 홈페이지 캡처

1항.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날 선전문은 처음 7개항에서 9개 항목으로 늘어났다. 그중 1항은 ‘어린이’라고 칭하며 독립된 인격을 지닌 존재로서 존중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여전히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어른에 의한 차별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비하 표현들이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비하 표현으로는 △O린이 △잼민이 △금쪽이 △급식충 △초딩 등이 있다. 이에 이같은 표현은 차별이며 사용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움직임도 늘고 있다. 각종 아동단체와 아동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현은 명백히 차별·비하이며 어린이가 미숙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고 경고했다.

5항.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과도한 훈육은 아동학대로 변질될 수 있다. 지난해 민법 제915조 ‘부모의 징계권’ 조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부모의 징계권 조항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돼 왔던 조항이었다. 그러나 조항은 사라졌지만 훈육을 위해 자녀를 체벌해도 된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징계권 삭제 100일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한 부모 중 66.7%는 징계권 삭제로 부모의 자녀 체벌이 금지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응답자 60.7%는 ‘징계권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50.3%는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아동학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2019년 일어난 아동학대는 3만45건으로 1년 전(2만4604건)보다 약 22%(5400여 건) 늘었다. 2020년에는 3만8929건으로 재차 증가했다. 2019년 조사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는 부모였으며,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79.5%에 달했다.

전문가는 부모의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지난해 1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라도 기를 꺾는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일이 많다”며 “이것은 훈육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8항.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8항에서는 특히 놀이터나 기관 등을 건설해 아동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현재에도 한국의 아동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체 어린이놀이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에 어린이 놀이시설은 78,028개로 조사된다. 그러나 절반 이상인 40,833개가 주택단지(아파트) 안에 있어 아이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시공원의 개수는 11,111개로 전체 놀이시설의 14%밖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아동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21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22개 국가 중 꼴찌인 22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만 10세 아동 행복도 순위도 조사 대상 35개국 중 31위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아동의 경우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28위), 물질적 수준에 대한 만족도(29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31위) 순위가 낮게 나타났다.(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세이브더칠드런 2019년 국제아동삶의질조사)

세이브더칠드런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제도가 아동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어렵게 만들고 아동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을 위해 제도적·문화적 차원에서 아동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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