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살짝 미친' '약간 맛이 간'이 아니라 '완전히 미친'여자는 어떨까 궁금했다. 우린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를 몇 편 알고 있다. 그 여자들은 조용히 미쳐 '19호실로 가서' 가스밸브를 틀어놓고 죽거나 평범한 노란 벽지를 들여다보다가 숨이 막힌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삶 속에서 아니 옥죄고 구속하는, 관심을 가장한 간섭 속에서 여자들은 미미하게 미쳤다가 결국은 완전히 미쳐 세상 밖으로 떠밀려 간다. 넌 사람 구실하기엔 애저녁에 글렀어… 배부르고 등 따시니 할 일이 없구나… 누구도 이해하지 않는다.
그럼 <완전히 미친> 여자는? 그녀는(루쓰) 생애 처음인 듯 다른 한 여자(올가)에게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다가가서 말하고 웃기 시작한다. 스스로 세상을 무서워한 게 아니라 남편이 제 여자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 가둬놓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 의지로 섰음을 상징하는 것은 붉은 색 드레스다. 게다가 그녀만의 방안엔 황홀한 그림들이 가득 차 있다.
그녀를 '미친 여자'취급한 것은 옹졸하고 편협하고, 그녀가 성공할까 봐 두려워하는 남편뿐이다. 그 남자가 질투를 못 이겨 그녀들의 우정을, 사랑을 이간질한다. 다행히 올가는 시원하게 까발린다.
듣지 말아라, 믿지 말아라, 그는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장면, 어둠 속에 웅크린 여자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 남편은 안도한다. 어디로 간 게 아니구나, 다시 살기엔 너무 서투른 보호해야 할 내 여자로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순간, 그는 총 한 발을 맞고 꽃다발과 함께 쓰러진다. 그녀, 드디어 '완전히 미친' 후에야 제 손으로 제 목을 조르는 대신 그에게 총구를 들이댈 수 있었던 것이다. 살짝만 미쳐서는 제 목을 걸어 매는 짓밖엔 할 수 없다. 맛이 가려면 완전히 가야, 꽃 한 다발을 정조준해서 총을 쏠 수 있다. 꽃 뒤엔 숨은 무언가를 맞출 수 있다. 그래야만 미친년이 아니라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권혁란 페미니스트 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