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루이사 아킬리 감독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 '영페미니스트 포럼'부문에서 상영된 <벌거벗은 페미니스트>는 제인 해밀턴(예명 베로니카 하트), 캔디다 로얄, 애니 스프링클, 글로리아 레오나드, 니나 하틀리, 매릴린 챔버스, 진저 린 알렌 등 미국의 유명 포르노 배우들과 여성운동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포르노 산업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다루었다. 가슴을 드러낸 포르노 배우들이 당당하게 포즈를 취한 영화 <벌거벗은 페미니스트>의 루이사 아킬리 감독을 지난 5일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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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포스터.▶

-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니나 하틀리에 관한 잡지 기사를 읽고 그녀가 포르노 엔터테이너이자 교육자이며 여권운동가의 감각과 힘을 갖추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편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나 포르노를 찍는 여성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들이 과연 희생양에 불과한지 직업적인 선택으로 기쁘게 일하는 건지 직접 가서 들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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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포르노를 택한 이유는?

“포르노는 호러영화처럼 성을 테마로 관객들한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매매처럼 관객이 돈을 주고 직접적으로 맞닿는 게 아니다. 나는 직업적인 선택으로서 포르노에 초점을 두었다.”

- 영화에 대해 주변 반응은 어땠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작년 8월에 영화를 만든 이후 아직까지 상영 기회가 많지 않다. 현재 네 차례 상영됐는데, 배우들에게 보여주니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여성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만간 상영할 예정이다. 2주 전에 오스틴 영화제가 있었는데, 그때 직접 가지 못하고 대신 영화에 나왔던 배우가 가서 관객들의 질문에 답했다.”

-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만남을 계속 유지할 계획인가.

“4년 동안 이 영화에 몰두해서인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긴 해도 영화상으론 다른 주제로 옮겨가고 싶다.”

- 영화 속의 포르노 배우들은 포르노 제작자가 되고 의료센터를 차리는 등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가.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이 선구자이다 보니 포르노 산업에 먼저 들어간 입장에서 새로 들어오는 여성들에게 해야 할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한 부분이다. 사라 미첼이 만든 의료센터는 에이즈나 심리, 재정문제 등을 상담해 주면서 새로 들어온 포르노 배우들에게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소수를 인터뷰해 확대시킨다기보다는 아직 이 문제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여성들의 목소리, 행위성을 드러냈다는 데 작은 의의를 둔다.”

- 어떤 지점에서 논쟁이 될 거라 예상했나.

“여성의 섹슈얼리티다. 섹슈얼리티를 즐기는 여성은 나쁜 여성이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착한 여성이라는 두 가지 범주가 문제라고 본다. 영화에 나온 배우들은 성적인 급진주의자이고 작은 집단이지만 전체적으로 여성과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끌어내고 싶었다.”

- 포르노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폭력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성착취의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포르노가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가.

“확신하진 못한다. 포르노 산업 자체보다는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르노 산업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과거 70, 80년대의 여성혐오적이고 여성학대적인 포르노는 많이 줄어들었다. 현장에서 촬영할 때 여성들이 주도권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자세를 요구한다든지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성적 취향을 담은 포르노물이 나오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도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현재 음성화된 포르노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여배우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거나 일하는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영화를 통해 모든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건 아니지만 일부 여성들의 시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영화를 만드는 동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자료조사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에 머물 때 가족이 있으면서 상당히 여성혐오적인 포르노 필름을 만드는 남자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뉴욕에 있는 한 섹스숍은 자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어떤 가게는 북 섹션과 비디오 테이프를 볼 수 있는 곳이 따로 있고 마치 도서관처럼 꾸며져 있어 여성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 한국의 여성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내 영화에 관객이 들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유교문화 때문에 관객이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영화가 한국 여성들에게 다양한 담론을 제공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임인숙 기자isim123@

■ 루이사 아킬리 감독은?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 보스턴의 에머슨 칼리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상업적 찬사를 받은 2차 세계대전 기록영화 <교전 중인 노팅햄>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으며, DVD로 발매된 <사악한 사람 만들기>에서 제작 코디네이터를 지냈다. <피카소를 만나지 않았다>, 장편영화 <원 테이크>를 포함해 보스턴과 뉴욕에서 독립영화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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