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으로 성차별·돌봄 문제 풀어야
[특별기고]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으로 성차별·돌봄 문제 풀어야
  •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 승인 2022.03.23 09:05
  • 수정 2022-03-2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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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기능 축소, 분리는 퇴행
성별 격차 해소와 돌봄 지원 강화 등
시대적 과제, 조직 개편에 반영해야
사진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 뉴시스
부처 개편이 새정부 중요 의제로 올라 온 이상,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한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논의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진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 뉴시스

20대 대선을 마치고 인수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가족을 보호하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부처 신설”을 공약집에 명문화했고, 국민의당은 “양성평등가족부”를 약속했다. 부처 개편이 새정부 중요 의제로 올라 온 이상,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한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논의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시대적 주요 과제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조직 개편의 방향도 잡히는 법이다. 우리 사회의 정책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시대 전환기인 지금 두 가지 우선적인 과제가 있다. 하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일자리 성별 격차를 해결해 나갈 제도적 장치 마련이며, 다른 하나는 사각지대 없는 돌봄 지원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비롯한 여러 공약집에도 대부분 관련 공약들이 있다.

일자리 성별 격차 해소·돌봄 지원 강화는 시대적 과제

먼저 고용, 임금, 관리자 비율 등 일자리 성별 격차 문제다. 성별근로공시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채용성차별 제재 강화 등 주요 정당의 공약들을 실효성 있게 통합, 조정해 낸다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나갈 수 있다. 성별로 공정한 채용, 성차별 없는 임금과 일·생활 균형의 노동 환경을 위한 조치는 무엇보다 20~30대 청년남녀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이니 꼭 잘 실현됐으면 한다. 혹자는 이러한 공약들이 기업에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러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기초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상장기업은 임직원의 성별현황과 성별근속년수, 그리고 1인당 성별임금차이가 포함된 사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있고 관련 홈페이지에는 2013년부터 그 기준이 공시돼왔다. 여가부는 이를 기초로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성별임원과 성별 평균 임금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표하고 있다. 게다가 2030년까지 모든 상장기업은 ESG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돼 있어서 사회지표 영역에 육아휴직을 포함해 성별 관련 지표를 잘 반영하면 된다. 비상장기업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확대하면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당선인이 강조한 개별적 구제조치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다면, 독일처럼 노동자에게 임금정보청구권도 부여하거나 채용면접에서부터 퇴직까지 부당한 성차별을 당했을 때 친구처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상담신고구제센터를 마련하고 성차별 옴부즈만도 두면 좋겠다. 

저출생 해결, 성평등 일자리·돌봄 정책 동시 강화 필수

두 번째로는 사각지대 없는 돌봄 지원 문제다. 돌봄 정책은 일·생활 균형, 1인가구, 저출생 초고령사회를 대응하는 핵심 사회정책 중 하나이다. 돌봄 안전망은 지금 보다 더 촘촘하게 더 손쉽게 더 질 높게 짜여 져야 한다.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 지원이 전체적 차원에서 조망되고 특성에 맞게 더 세밀하게 서비스돼야 한다. 전체 방향은 (가칭)돌봄기본법을 제정해 이끌고 나가야 한다. 돌봄기본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돌봄 원칙과 방향, 수준을 이끌어 갈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현재 아동, 보육, 노인 정책은 황당하게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에 묶여 있다. 아동, 보육, 노인 정책을 인구정책적 관점에서 다룬다니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인구정책은 우리나라가 이민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이상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상의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출생 해결은 (양)성평등한 일자리 정책과 돌봄 정책이라는 양대축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뿐이다.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성공 사례 보여줘 

나는 이 두 우선순위 과제가 국민의힘이 얘기하는 새로운 부처 신설의 실질적 이유가 됐으면 한다. 이것은 국민의당이 제안한 양성평등가족부와도 일치하는 방향이다. 채용과 일자리에서 성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양성평등정책의 새로운 핵심 정책으로 삼고 사회적 돌봄 체계의 진전을 가족정책의 확장으로 이끌어 내길 희망한다. 양성평등정책 소관 부처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임무를 주고, 조직과 예산을 주면 다 할 수 있다. 현 여가부도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를 운영해 왔고, 주요 기업들과 성별균형 사업도 해 왔다. 앞서 말한 대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성별 임원과 성별임금격차 현황보고서도 조사, 공표하고 있다. 서울시도 여성가족정책실에서 하고 있다. 독일의 ‘여성과 남성간의 공정임금법(일명 임금투명화법)’ 주무부처 역시 독일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다. 돌봄 정책 소관도 현재 업무가 과다해 사업 하나하나를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보건복지부의 정책 중 아동, 보육, 노인 장애 관련 사업 등을 분리해 여가부의 가족정책과 연결하면 된다. 즉, 사람에게 직접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모두 일원화하는 방향이다. 

위원회 아닌 ‘부’여야 하는 이유

조직의 위상을 낮춰서는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양성평등정책은 ‘부’ 수준에서 집행되는 게 실효적인데 장관이어야 국무회의에 법률안을 제출하고 국무회의에 상시 참여해 함께 정책과 예·결산을 심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로 일해야 다른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 기업과 힘 있게 일할 수 있고, 세계 97개국이 장관급 부처인 국제무대에서 역량도 발휘할 수 있다. 이럴진대 여가부 사업들을 여러 부처로 분리하고 양성평등정책을 ‘위원회(또는 처나 청)’로 하자는 의견은 격하시키자는 말과 같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소관 부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느라 불편해질 것이고 타 부처에서 양성평등정책은 일차적인 관심이 아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다. 또 나름 성장해온 공공기관 정책들과 지방자치단체 양성평등정책 기반을 뒤로 돌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 또한 크다.

선거 전략과 국가 전략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가 전략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한다.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의 취지에 따르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경제, 사회, 환경 모든 측면에서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를 넘겨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의 악화를 바라는 정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기자회견처럼 급히 만들어진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최상의 대안을 추구하기 위해 치열하고 개방적으로 논의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조차 지적과 우려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홍수형 기자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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