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출발…오는 5월 고별 무대 막 내리는 '안티미스코리아…'를 돌아보며

미스코리아대회 공중파 방송 금지 성과

-양성평등 '적'들에 딴지 거는 행사로

도발적이고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올 5월 '굿바이' 무대로 6년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999년 (사)문화세상 이프토피아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함께 주최해 여성들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은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2001년 미스코리아 대회 공중파 방송 '퇴출'이라는 성과를 낳으며 여성운동권을 자극해 여성문화운동의 저변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미스코리아'를 단 행사는 막을 내리지만 여성문제에 대한 '안티'는 계속된다. 성, 노동, 제도,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양성평등을 가로막는 문제를 '콕' 집어 '끝을 보겠다'는 계획. 이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무대에서 내려오지만 새로운 '안티'페스티발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A15-2.jpg

▶3회 세 명의 여성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상황. 가상연설 '주문을 걸어!'

본래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페미니즘을 표방한 계간 <이프>가 만들어지고 편집위원이었던 언론인 김신명숙씨가 <미스코리아대회를 폭파하라>라는 책을 펴내면서 출판기념회 겸으로 고안된 행사다. 이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라는 생소하고 도발적인 이름의 문화행사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A15-3.jpg

◀2회 댄스팀 'AUNK'의 춤.

당시 여성의 몸에 대한 수치화, 획일화에 반대하며 '이프 유 아 프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1회 행사는 행사장인 문화일보홀이 꽉 차고도 돌아간 관객들이 있었을 만큼 획기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리고 미스코리아대회를 패러디하면서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여성주의 축제의 장으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미스코리아대회의 전야제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사실 '안티'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패러디 아닌가. 사람들은 미스코리아대회의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비웃으며 이를 유쾌하게 뒤집는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의 '다양한' 즐거움에 열광했다.

~A15-1.jpg

◀3회 출전'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용 파워댄스를 선보인 연세대 힙합그룹.

역대 페스티발의 내용은 어떨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매해 주제를 바꿔가며 여성 몸의 상품화, 대상화, 수치화(1, 2회)에 반기를 들고 여성, 남성에게 제한된 다양한 직업의 경계를 넘나들었고(3회) 스포츠의 주체로 여성을 세웠으며(4회) 전지구상의 전쟁과 폭력 추방을 외치며 평화를 키워드로 삼았다(5회). 이후 여성을 비롯한 사회 이슈들에까지 시각을 넓히면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좀더 확장된 틀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한다.

@A15-4.jpg

5회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갈등을 춤으로

표현한 '스윙시스터즈'.▶

그렇다면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의 배경은? 이를 가능하게 한 토양은 물론 '웃자! 뒤집자! 놀자!'를 내건 <이프>의 정신. '내가 행복해야 여성운동도 의미가 있다'는 컨셉으로 여성의 욕망을 본격적으로 말해 온 <이프>의 역할이 컸다.

그런가 하면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6회를 거듭할 수 있었던 데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문화에 대한 화두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던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역으로 말하면 여성문제와 관련된 이슈들을 유쾌하게 말하는, 이를 문화축제로 풀어내고 즐기는 여성들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많은 여성들에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무겁고 딱딱한 언어가 아닌 흥겹고 즐거운 페스티벌로 “놀아보자”고 제안하는 축제를 의미했던 것이다.

“안티의 정신을 이어 더욱 큰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이프>의 엄을순 대표(48)는 “여성들이 놀고 즐길 수 있는 더욱 감동적이고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 전하며 이러한 취지에 불을 당긴다.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의 또 다른 의미는 참여하는 문화행사, 즉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과 출전자들이 모두 함께 즐기는 열린 문화행사라는 점이다. 3회부터 기획에 참여해 온 박진창아씨(37). 박진씨만 해도 1회 때는 여성단체 활동을 하며 2층 관람석에서 신나게 무대를 즐기던 관객이었다. 올 행사에서도 기획을 맡게 된 박진씨는 마지막 행사인만큼 뒷모습이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캐치프레이즈가 '굿바이 미스코리아'잖아요.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영파 방송에서 퇴출됐다는 소기의 성과는 얻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 여성에 대한 불합리와 차별적인 시선들을 끌어내고 고발하는 장으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올 행사에서는 각종 '안티'들이 등장한다. 성폭력, 전쟁, 호주제, 외모지상주의, 여성의 성상품화, 비정규직 노동, 이주여성에 대한 억압 등 '안티'하고 '딴지'를 걸어야 할 문제들이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에서다.

새롭게 거듭나는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강력하고 도발적인 목소리를 잃지 않고 어떻게 대중들을 설득시키며 나아갈 것인가, '안티'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남겨진 화두다.

임인숙 기자isim123@

'안티미스코리아…'의 스타들

'길거리 사회자' 최광기, 동성애자 홍석천, 가수 백지영 등

@A15-5.jpg

최근 광화문 앞에서 열리는 촛불시위에 사회자로 나선 최광기씨. 십 년, 오십 년 묵은 체증을 날려버릴 만큼 통쾌하기 그지없는 그의 목소리는 3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계기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평소 '길거리 사회자'로 불리며 각종 여성, 노동 관련 집회에서 특유의 목청을 자랑했던 최씨는 십년 동안 빈민 지역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고민을 상담해 주던 활동가 출신이다.

@A15-6.jpg

동성애자 홍석천씨도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서 이름을 날린 이. 3회 행사에서 최광기씨와 함께 사회를 봤던 그는 이를 계기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 겪은 시련을 딛고 한국 사회의 성적 소수자로서 본격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하기 시작한다.

'B양 비디오 파문'으로 한국 사회의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언론의 희생양이 된 가수 백지영씨. 그는 5회 행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 한가운데서 혼자 폭격을 맞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하는 그는 사회의 낙인을 벗어던지려는 듯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4월 13일까지 출전자, 자원활동가 모집

여성을 억압하는 불평등한 사회 현실을 유쾌하게 도발해 온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올해는 보다 다채로운 내용들로 꾸며진다. 매해 화제가 된 이슈를 주제로 삼은 예년 행사와 달리 올해는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의 역사와 업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역대 페스티발 수상작품들을 공연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안티'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선정, 여성의 성 상품화와 외모 지상주의, 가부장제, 호주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등 다양한 문제들을 패러디 한다.

5월 8일(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리는 올 행사에는 여성에 대해 열려 있고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출전을 원하는 사람은 4월 13일까지 자유로운 형식의 자기소개서와 공연 기획안, 참가지원서를 메일로 보내거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혈기왕성한 자원활동가도 모집 중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www.iftopia.com 혹은 www.antimisskorea.com를 참고할 것.

문의) 02-717-9201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