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 열어 줄 열쇠말 ‘양성평등교육’
[여성논단]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 열어 줄 열쇠말 ‘양성평등교육’
  •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 승인 2022.03.13 09:31
  • 수정 2022-03-1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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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서울시교육청 주최 성평등 교육정책 1차 토론회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성, 성차별 등 다양한 젠더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2020년 서울시교육청 주최 성평등 교육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다양한 젠더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우리는 학교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다. 과연 아동·청소년이 다니는 학교가 안전한가?

학교폭력, 성폭력, 혐오, 성희롱, 디지털 성범죄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쉽게 뉴스로 접하고 있으므로 학교가 안전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04년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하고 ‘05년부터 5년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해 왔으나 학교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1년도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년도에 비해 0.2%p 증가하였고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2.5%)가 중‧고등학교(0.4%/0.2%)에 비해 높아 학교폭력이 저연령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사이버 불링 등 폭력유형이 다양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쿨미투운동에 따른 대응책으로서 학교에서 시행하는 성희롱·성폭력 등 성범죄 근절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성폭력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의 사건처리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으로는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많은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예방교육이나 사안처리 위주의 대응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혐오문제 등을 공적인 의제로 문제제기하고, 이를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다루어 공적인 공간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존의 성차별이나 불평등을 유지·재생산 해 오거나 젠더관계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교육이나 정책을 바꾸어 학교문화를 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양성평등교육이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양성평등교육은 성차별에 반대하고 이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이론‧지식의 습득이나 전달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민주적 시민 의식과 성평등을 실천하는 교육이다. 따라서 개인의 경험을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양성평등가치가 모든 교육과정에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학교조직문화와 질서를 변화시켜 학교를 보다 성평등한 공동체로 만들고 더 나아가 사회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어 학교의 장은 양성평등의식 증진을 위해 성교육, 성인지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포함한 양성평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몇몇 문제점을 내포한 채 이러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즉 성교육은 안전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져 청소년들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입식 강의로 실시되고 있으며, 성폭력예방교육 또한 성폭력 발생원인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해짐으로써 조직문화를 바꾸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백래시가 심해진 최근에는 성평등 교육은 다소 위험한 교육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올바른 양성평등교육을 통해 위계적 학교문화를 성평등한 조직문화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청소년 개인들의 고민과 경험이 교육현장에서 세심하게 공유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의 삶이 교육과정에 끊임없이 개입되고 스며들어야 한다. 둘째, 성차별과 성폭력 등 젠더이슈에 대해서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성별 등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 참여가 보장되고, 교육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교육이 개개인과 그들의 삶, 그리고 사회를 연결시켜야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안전하고 성평등한 학교의 조직문화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 실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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