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프레거 첫 한국 대규모 개인전 ‘빅 웨스트’
6월 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
초기부터 신작까지 100여점 전시

1979년생 알렉스 프레거는 요즘 주목받는 여성 사진작가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이름이나,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열었고 MoMA,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Emmy Award)을 수상한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의 명소인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외벽에도 그의 작품이 걸렸다.

수지와 친구들(Susie and Frends, 2008) ⓒAlex Prager Studio
수지와 친구들(Susie and Frends, 2008) ⓒAlex Prager Studio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롯데뮤지엄 제공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2022 Alex Prager, Courtesy Alex Prager

프레거의 첫 한국 대규모 개인전 ‘빅 웨스트(BIG WEST)’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했다. 초기작부터 신작, 영화까지 총 100여 점을 모았다. 자신을 사진작가보다 ‘연출가’로 정의하길 원했고,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프레거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다.

그의 대표작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낭만적이면서도 과장된 화려함, 극적인 인물 묘사는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주제다.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란 영향이 컸을까. 그가 살면서 만난 배우들과 영화·연극 특유의 느낌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옮겨온 듯하다. 작가가 하나하나 계획해 정교하게 연출한 등장인물, 과거 유행하던 의상과 머리 모양, 도시 곳곳의 풍경을 섞어서 배치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문다. 사진 속 여성 인물의 섬세한 표정 연기가 언뜻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품 안의 미묘한 상황과 사람들이 지닌 사연을 상상하게도 만든다. 미국 현지에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도 많다.

알렉스 프레거 전시회 전경  ⓒ여성신문
알렉스 프레거 전시회 전경 ⓒ여성신문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화려하고 영화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2007~2010년대 초기작들은 프레거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지와 친구들(Susie and Frends, 2008)’은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가발을 쓴 여자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사이에 얽혀 있는 서사를 상상케 한다.

2012~2016년작들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 속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군중 속 얼굴들(Face in the Crowd)’ 연작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 터미널, 연회장 로비, 해변과 영화관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작품 속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돋보인다.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를 표현한 ‘위대한 출구(La Grande Sortie, 2016)’ 역시 시선에 대한 작품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의뢰로 바스티유 극장에서 촬영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수석 무용수 에밀리 코제트가 주연을 맡았다. 발레리나의 시선과 관람객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줘 우리도 일상에서 한 명의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위대한 출구(La Grande Sortie,2016) ⓒAlex Prager Studio
위대한 출구(La Grande Sortie,2016) ⓒAlex Prager Studio
현대여성(Women Now, 2018) ⓒAlex Prager Studio
우먼나우(Women Now, 2018) ⓒAlex Prager Studio
파트1:산(Part One: The Mountain,2021) ⓒAlex Prager Studio
파트 1:더 마운틴(Part One: The Mountain,2021) ⓒAlex Prager Studio

2021년 신작인 ‘파트 1: 더 마운틴(Part 1: The Mountain)’ 연작 섹션에서는 작가가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느낀 소회를 엿볼 수 있다. 대격변을 겪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포함해 많은 감정을 고찰하는 작품들이자, “가장 미국적인 요소로 표현된 인물 사진 시리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작품에 투영했다.

‘박수(Applause, 2016)’는 전시장의 마지막에 배치됐다. 관객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과 박수갈채를 받는 시간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다시 한번 시선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를 이뤄낼 뿐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전시회의 끝을 장식하는 박수(Applause, 2016)은 작가의 메시지가 녹아들어있는 작품이다. ⓒ여성신문
전시회의 끝을 장식하는 박수(Applause, 2016)은 작가의 메시지가 녹아들어있는 작품이다. ⓒ여성신문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전 포스터 ⓒ롯데문화재단 제공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전 포스터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를 맡은 정혜인 큐레이터는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상황 속 관객들이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색감,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의 작품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 또 관객 자신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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