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 몸과 젠더, 여성인권 등

경계를 허무는 전지구적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과거와 같이 국가, 가족, 직장, 성별 등이 '나는 누구인가' 말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여성문제와 차별받는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의 정체성 찾기도 계속된다.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여성 관련 서적들을 일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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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과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집단과 공동체에 매몰된 개인이 새로운 권리 주체로 등장한 지 오래다. 특히 동아시아라는 새로운 역사적 공간이 무수한 담론을 낳고 있다. 근대가 낳은 '인간의 해방'을 여성의 눈과 경험에서 다시 묻는 <동아시아와 근대, 여성의 발견>(성균관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교육·연구단 편/청어람 미디어/15,000원)은 “근대란 여성의 집단적 희생 위에 얻어진 남성만의 해방, 남성만의 자유와 평등이었다”고 강조한다.

근대 사회에서 가족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준거가 된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남성과 여성의 경험 또한 다를 것이다. <가족의 이름으로>(이재경 지음/또하나의문화/9,000원)는 가족의 이름으로 행해져 온 가부장적인 억압을 분석한 책이다. 근대 가족이 가진 공사 이분법의 틀이 남성을 공적인 영역에, 여성을 사적인 영역에 적합한 존재로 만든 성별 분업과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이혼율 증가는 가부장적 결혼 제도의 필연적 결과이며, '성 불평등이 가족 해체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근대화 시기를 살았던 우리 여성들의 삶과 생활, 감정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오정희, 박완서 소설의 두 가지 풍경>(이정희 지음/청동거울/13,000원)은 여성문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오정희와 박완서의 문학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이들의 작품 속의 여주인공은 시련과 갈등을 넘어 자기 발견의 과제를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경험하는 근대성의 내용은 한국소설에 나타난 여성의 근대체험이 남성의 근대체험과 달라지는 지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이 몸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가능할까. '문화가 각인된 장으로서 여성의 몸''문화 권력의 각축장으로서 여성의 몸'을 주장하는 <여성의 몸 몸의 문화정치학>(김은실 지음/또하나의문화/13,000원)은 대중 문화 속에서 여성의 성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소비문화 속에서 미용, 다이어트 등 여성의 몸 관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십대 여성들의 성과 한국여성의 출산문화, 낙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사회의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들이 무엇이며 그 뿌리는 어디에서 연유된 것인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여성과 사회>(김종숙 지음/한국문화사/9,000원)는 가사노동, 사회노동, 성문화로 대표되는 남녀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 이러한 남녀차별 의식이 가져온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우리 시대의 변화된 여성관과 사회·문화적 성으로서 젠더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들을 정리한 <젠더를 말한다>(송무 외 지음/박이정/12,000원)는 에코페미니즘, 사이보그 페미니즘 등 최근 제기된 중요한 이론적 논의들과 신화에서 문학, 언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페미니즘 연구 내용을 모았다.

<성폭력을 다시 쓴다 객관성, 여성운동, 인권>(정희진 외 지음/한울아카데미/14,000원)은 인권과 평화의 관점에서 본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연예인 비디오 피해 사건과 인권, 미혼모 양육권 등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사회적 이슈와 사건의 쟁점들을 각 주제별로 통찰했다. 기자, 여성운동가, 학자 등이 현장에서 만난 사건의 젠더적 의미를 추적해 그것을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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