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양의무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보험금 주면 안돼"

서울고등법원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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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간 연락도 없다가 아들이 숨지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모친에게 보험금 등의 지급을 금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17일 지난해 초 경상남도 거제도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다 실종된 50대 남성의 누나 A(60)씨가 모친에 대한 '유족 보상금 및 선원임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망한 아들의 보험금 등 재산의 상속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유족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보험금 지급기관인 수협중앙회가 보상금 지급을 위한 배서, 양도 등 모든 처분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소유권 보전을 위한 행위만 할 수 있다면서 보험금, 임금 등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A씨 동생의 보험금은 사망 보험금 2억5천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천만원 등 3억원에 이른다. A씨는 모친과 본 소송을 통해 동생의 보험금 등에 대한 재산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A씨는 "모친은 동생이 3살, 내가 6살, 오빠가 9살 때 재혼해 우리 곁을 떠난 후 연락도 한번 없었고, 찾아보지도 않았다. 동생은 평생 몸이 아파 자주 병원 신세를 졌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먹지 못했고 얼굴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54년만에 나타나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챙기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 사망했고 동생은 결혼하지 않아 부인이나 자식이 없다.

그는 "할머니와 고모가 어려운 형편에도 우리 3남매를 키워주었다. 그들이 보험금을 받아야 할 분들이다. 그런데 모친은 동생의 보험금 등을 우리와 나누지 않고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 모친이 동생의 돈을 모두 가지려 한다면 양육비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공무원에 대해 시행되고 있다. 일반인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아 '반쪽법' 논란이 일고 있다,

구하라법의 일반인 적용을 위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A씨 사연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다음 날인 지난 13일에는 관련법 개정을 주도해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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