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단체를 가다] 2 : 한국여성발명협회
[인터뷰] 이인실 제11대 회장
“모든 여성이 발명가입니다”

2021년 11월2일 의정부시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서 열린 여성발명창의교실. ⓒ한국여성발명협회
2021년 11월2일 의정부시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서 열린 여성발명창의교실. ⓒ한국여성발명협회

‘발명’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만 하는 것일까. 생활 속 작은 불편만 해결해도 훌륭한 발명이 될 수 있다. 작은 아이디어는 발명이 되고 발명은 지식재산이 된다. 지식재산은 나를 기업가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여성의 발명을 지원해 경제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이 있다. 1993년 하상남 효창세리온 회장과 여성발명가들이 설립한 사단법인 한국여성발명협회다. 현재 기업인 1,000명, 발명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예비여성발명인 4,000여명 등 500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2019년 2월 취임한 뒤 지난해 연임해 4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인실 제11대 회장과 함께 부회장단에는 김순선 농업회사법인 ㈜참미소 대표,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이해연 ㈜에이치엘사이언스 대표, 장현실 두리시스템 대표, 최은아 인산죽염㈜ 대표 등이 활동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여성의 발명 교육부터 창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여성의 발명과 특허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 지식재산으로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발명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를 통한 아이디어 구체화, 지식재산 권리화를 지원해 궁극적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을 돕고 있다.

1999년 특허청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협회는 여성발명진흥사업을 수행 중이다. 협회는 크게 △여성발명창의교실 △생활발명코리아 △여성발명왕EXPO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발명창의교실은 여성들의 발명과 특허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 지식재산으로 활용 가능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또 여성발명기업인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나 지식재산분쟁사례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2021년 11월19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생활발명코리아 시상식. ⓒ한국여성발명협회
2021년 11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생활발명코리아 시상식. ⓒ한국여성발명협회

생활발명코리아는 생활용품으로서 상품성과 시장성이 높은 여성의 아이디어를 선정해 아이디어 고도화를 진행한다.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권리·제품화를 위한 지식재산 출원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화 맞춤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지원 완료된 아이디어는 대중에 공개, 최종심사를 통해 대통령상, 국회의장상 등 정부 및 발명유관기관장상 시상으로 사업화를 지원한다.

여성발명왕EXPO는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와 여성발명품박람회의 통합명칭이다. 또 세계여성발명포럼, 글로벌 여성IP 리더십 아카데미를 개최해 전 세계여성발명기업인의 교류를 지원한다.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는 국내외 여성발명인 특허기술과 발명품을 심사하고 시상해 국제대회 수상을 돕고 전시를 통한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여성발명품박람회는 산업재산권을 가진 여성발명기업인의 제품을 전시·홍보해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준다.

협회는 2021년 '제8회 생활발명코리아'를 개최해 발명 아이디어 2,170건을 신청받아 최종 50건을 지원했다. 또 '2021 여성발명왕EXPO'를 통해 세계여성발명대회에 17개국 274점, 여성발명품박람회에 217개사가 출품했다. '여성발명창의교실'은 온·오프라인으로 73회 열었다. 올해도 여성발명창의교실 수강생과 생활발명코리아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인터뷰] 이인실 제11대 회장

“모든 여성이 발명가입니다”

이인실(61) 한국여성발명협회 제11대 회장은 발명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소분해 얼린 다진마늘을 하나씩 톡톡 뗄 수 있는 발명품이 주부에게서 나왔다”며 “생활 속 아이디어로 낸 것인데 지금은 이 아이디어가 냉장보관용기로 상품화돼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가로 번창하셨다”고 말했다. 또 “냉장항생제를 복용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때 적절한 온도에서 바로 약을 먹을 수 있게끔 온도가 유지되는 휴대용 약통을 발명했다”며 “이 모든 게 전부 생활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라고 얘기했다.

이 회장은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변리사 시험을 준비했다. 어려서부터 전문직에 종사하고 싶었다는 이 회장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보다 재미 있게 공부할 수 있는 변리사 시험에 도전해 부산대 출신 첫 변리사이자 한국의 세번째 여성 변리사가 됐다. 이 회장은 변리사로서 특허법인을 운영하며 37년간 쌓은 실무 경험으로 여성발명기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발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생활과 밀접한 여성들이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이제는 발명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홍수형 기자

-여성 발명가가 아닌 변리사입니다.

“우리 협회는 우리나라 여성이면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회원 중에서 회장을 선출하기 때문에 직업이 발명가든 변리사든 상관 없습니다. 발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저는 변리사로 일하며 우리나라 지식재산 문화 창달과 발명인의 권익 신장,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덕분에 협회가 태동하기 전부터 자문역으로 여성발명기업인들과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여성 변리사로서 어려웠던 순간은?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문직이 갖는 특성 때문인 것 같은데 일에 몰입할수록 바빴습니다. 그러다 ‘내가 여성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조금 더 발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변리사로서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여러 NGO 활동도 이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큰 만큼 전문직 여성들이 봉사를 통해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협회는 발명으로 창업을 유도하나요?

“우리나라 여성경제활동 참여율 제고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과제입니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관련법과 정책 등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여성의 발명 활동은 그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권리화, 즉 지식재산권으로 확보하면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가 열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 중 많은 분이 여전히 창업이라고 하면 카페나 레스토랑, 혹은 소위 여성 관련 업종이라고 하는 네일숍이나 미용 계열을 택합니다. 발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도 낮고 지속 가능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여성이 창업할 때 자기 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성발명기업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분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소비자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협회도 지난 2년간 여성발명품박람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코로나19가 생기기 전인 2019년으로 돌아가기입니다. 올해엔 킨텍스에서 여성발명왕EXPO를 개최해 오프라인으로 여성발명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 분의 소비자라도 더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릴 예정입니다. 비록 기존과 같이 전 세계 여성발명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국내 여성발명기업인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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