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자탁구 신유빈 선수
도쿄올림픽 등 세계대회 맹활약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
16세 실업팀 입단하면서 기부 시작
“사랑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다”

탁구선수 신유빈(18·대한항공) 씨가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탁구선수 신유빈(18·대한항공) 씨가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 ‘무서운 막내’ 신유빈(18·대한항공)은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성장 속도가 무섭다. 세 살에 탁구채를 잡았고, 만 14세에 한국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개인전 32강, 단체전 8강에 진출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선배 전지희(30·포스코에너지) 선수와 함께 한국 탁구 21년 만의 여자 복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올해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해를 빛낸 여성 체육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국내 여성체육 발전과 여성 체육인의 권익 신장, 비인기 종목 후원을 위해 2013년 여성신문이 제정한 상이다. 신유빈은 2015년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 수상 이후 6년 만에 신인상을 받아 더 뜻깊다.

2015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 수상자인 신유빈(12·군포화산초5)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여성신문
2015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 수상자인 신유빈(12·군포화산초5)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여성신문
신유빈 선수가 2021년 8월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유빈 선수가 2021년 8월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유빈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라켓을 악수하듯이 잡는 방법) 선수다. 속도와 체력, 빠른 학습능력이 장점이다. 긴 머리를 야무지게 돌돌 말아 묶은 그가 세계 탁구 베테랑들과 당당히 맞붙는 모습이 짜릿했다. 상대가 맹공을 퍼부어도 날카롭게 받아쳤고 영리하게 이겼다.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는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공격에 성공하면 팔을 번쩍 들고 “이야!” 기합을 내질렀다. 그 소리가 ‘삐약’으로 들린다며 귀여워하는 팬들도 많다.

첫 올림픽, 아시아선수권, 첫 세계선수권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신유빈은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목표를 낮게 설정하는 편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니 목표를 이루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성사돼서 재미있었어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신유빈은 ‘기부 천사’로도 유명하다. 2020년 실업팀 입단 3년만에 1억원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첫 월급으로 고향 수원의 보육원 아이들에게 600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선물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후원했던 한국초등탁구연맹에도 600만원 상당의 탁구용품을 기부했다. 2021년에도 한국여성탁구연맹을 직접 찾아가 탁구 꿈나무들을 위해 현금 500만원과 탁구용품을 전달했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8월엔 수원 아주대병원의 소아 청소년 환자들을 위해 CF 수익금 8000만원을 기부했다. KGC인삼공사와 후원 협약을 맺고 받은 후원금 전액은 유소년 스포츠 발전 및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에 쓰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미션 성공 수익금과 출연료 총 2000만원을 대한탁구협회에 유소년 탁구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첫 월급을 받으면 기부하자, 돈은 먹고살 정도만 벌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어요.”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이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공로상 수상자 신정희 대한하키협회 부회장, 대상 여자양궁 안산 선수(광주여대), 신인상 여자탁구 신유빈 선수(대한항공), 시상을 맡은 이충희 백운장학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제8회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이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공로상 수상자 신정희 대한하키협회 부회장, 대상 여자양궁 안산 선수(광주여대), 신인상 여자탁구 신유빈 선수(대한항공), 시상을 맡은 이충희 백운장학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파죽지세로 질주하던 그가 부상으로 잠시 멈춰 섰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합복식, 여자단식 1회전을 모두 이겨 기대를 모았으나, 오른쪽 손목 피로골절이 심해져 중도 기권했다. 2022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출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신유빈은 “통증이 심했다. 원래 탁구 치면서 슬프다는 생각을 한 적 없었는데, 아프고 기술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슬펐다”라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려 노력하고 있다. (후배들도) 최선을 다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은 손목 재활 운동과 함께 탁구채 없이도 할 수 있는 코어 근육 강화, 체력 단련에 힘쓰고 있다.

새해 목표를 묻자 “아프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팀 대한항공의 강문수 감독, 김경아 코치에 대한 감사, 팬들을 향한 따뜻한 새해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절 응원해주시고 뒤에서 도와주시는 팬분들께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탁구선수 신유빈(18·대한항공) 씨가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탁구선수 신유빈(18·대한항공) 씨가 1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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