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인사 빙자한 ‘얼평’ 그만, “상급자부터 변해야”
안부인사 빙자한 ‘얼평’ 그만, “상급자부터 변해야”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2.01.20 08:54
  • 수정 2022-01-2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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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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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졌을 때 ‘너 예뻐졌다’ 그러는 게 칭찬인 줄 알아요. 들으면 기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사실 그게 아닌데.”(해인)

“대표님이 저한테 ‘야 돼지야 그만 먹어’ 이런 식으로 말을 하세요. 본인은 우스갯소리라 생각하고 말을 하더라고요”(어진)

-한국여성민우회의 『회사의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00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에서

외모평가는 숨 쉬듯 이뤄진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가 여성 당원의 ‘얼평’(얼굴 평가)을 해 해촉됐는가 하면 대선 후보 배우자의 외모를 악의적으로 평가해 논란이 빚어졌다. 일상적인 얼평은 정계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밥 먹듯 이뤄진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재명플러스' 채널 대화 내용.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재명플러스' 채널 대화 내용.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소통 채널인 ‘이재명플러스’의 담당자가 여성 당원에게 “예쁘실 것 같다”며 외모 평가를 해 결국 해촉됐다. 여당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두고 “성형 인생”, “한껏 홍조 올린 화장에 순간순간 배시시 미소를 흘리는...”이라고 공격했다.

숨 쉬듯 이뤄지는 ‘외모 평가’

외모, 특히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우리 주위에 만연하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18년 여성의 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들어 봤다. 민우회는 여성 직장인 집담회와 인터뷰를 통해 총 20명의 여성을 만나 ‘당신의 회사에서 바꾸고 싶은 조직문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첫번째 답은 ‘외모평가 발언’이었다. 참여자들은 “오늘 예쁘네”같은 외모에 대한 말이 안부 묻듯 일상적으로 건네지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성은씨는 “회사에 입사하고 가장 놀랐던 게 선배들 단톡방에서 여자들을 줄 세웠던 것”이었다며 “이번 신입여자 랭킹이라는 제하에 얼굴 1등은 누구, 2등은 누구 식으로 나열했다”고 밝혔다.

외모평가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노조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전 사원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사내 언어폭력·성폭력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노보를 발행했다. 노보를 보면 “넌 여기자 치고 예쁜 편이야”나 “OO(출입처) 출입하려면 화장하고 다녀야 한다”는 식의 외모평가가 자행되고 있었다. 노조는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총무국장이 성희롱신고센터장을 맡고 고충상담관 및 담당관을 둬서 신고와 조사 업무를 돕게 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성고충 상담관의 직무를 현실화하거나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외부 신고 및 상담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충 상담관 직책을 기자 업무와 병행하면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JTBC 노동조합 역시 지난해 12월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의 성희롱·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고충 처리 업무에 나섰다. 김도년 당시 노조위원장은 노보에서 “사내 분위기는 공기와 같아서 상급자 등의 성희롱·폭언 등의 행위가 자연스러워지면 모든 구성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조합원도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할 경우 혼자 앓지 말고 조합에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고 얘기했다.

조직문화 변화의 키를 쥔 상사

ⓒ한국여성민우회
2019년 6월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진행한 조직문화 스트레칭 캠페인. 사무용품인 가위, 집게 등으로 문제적인 〈#1. 사무실의 말, 말, 말〉을 받아 쳐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민우회도 상급자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외모 평가가 이뤄지는 직장생활을 비판하기 위해  2019년 서울 종로에서 ‘사무실의 말, 말, 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는 여성에 대한 외모평가처럼 직장에서 쏟아지는 문제적 말을 뱉고 퍼포머들이 이 말들을 멀리 받아치는 액션을 취했다. 민우회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조직문화 변화의 실질적 키를 쥔 사람은 ‘직장 상사’라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사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사들”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반말을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유머를 통하거나 통하지 않게 하는 등 그 조직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퍼포먼스를 진행한 민우회 활동가 리오는 19일 “외모평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안해야 한다. 하지만 ‘칭찬’이란 인식이 남아 있다 보니 외모 평가를 통해 여성을 대상화한다”며 “정치권에서도 외모평가가 상대 진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일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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