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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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그리스 로마관을 들어가 보면 의외로 여성 누드 조각품이 남성 누드 조각품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벗은 여자가 음욕을 떠올리게 한다는 차원에서 금기시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오늘날 남성들과는 달리 점잖은 옛 사람들은 여성의 몸을 함부로 까발리지 않고 존중해주려 했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이, 특히 고대 그리스인들이 여성 누드보다 남성 누드를 선호한 것은 여성에 대한 예의나 존중의 차원이 아니라, 한 마디로 여자는 남자보다 볼 게 없다, 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즉 그들에게 있어 남성의 몸은 가장 완벽하고 가장 균형 잡힌 예술적 가치를 품어내는 어떤 것이었으며, 여성은 그다지 존중될 가치가 없는 어떤 것이었던 것이다.

프락시텔레스,

<크니도스의 비너스> 기원전 350년경 ▶

다소 억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혹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성 누드를 더 선호한 것은 당시에 만연한 남성들의 호모섹슈얼리티가 남성 누드를 양산하는 한 원인이 아니었나 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마흔 미만의 남성이 15세 이하의 소년을 대상으로 성적인 접촉을 암암리에 영위하면서도 그에게 지적, 사회적 교육을 전담하는 페데 레스티Paederasty 라는 관습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고대 그리스 문화가 헬레니즘 시기로 접어들면서부터 여성의 누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프락시텔레스라는 유명한 조각가가 만들어낸 것으로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던 창부의 몸을 영원히 남기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이 작품은 크니도스라는 곳의 시민들이 사들인 것으로 후일 그의 공국격인 비티니아의 왕이 그 작품을 주기만 하면 크니도스가 진 빚을 모조리 탕감해 주겠다는 제안에도 넘기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드높았던 모양이다. 자세를 비스듬히 해 한쪽 다리에 살짝 힘을 주고 있는 모양새와 막 목욕을 하기 위해 벗은 옷을 항아리 위에 걸친 채 어깨를 살짝 치켜올린 모습 등에서 자연미의 극치를 이루는 이 비너스의 모양에서도 사실은 얼마나 조각가가 고심하여 몸매 성형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즉 그녀의 몸은 8등신의 완벽한 몸매였다. 물론 살아 있는 그녀를 본 사람이 지금은 없으니, 그녀의 다리가 정말 그렇게 길고, 머리통이 몸 전체의 8분의 1밖에 안 되는 게 맞다고 우기면 뭐 할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프락시텔레스는 분명 자신의 연인을 조각하면서, 누가 보아도 그럴싸한 가장 이상적인 균형의 몸매를 만들기 위해 심각하게 늘이고 줄이고 했다는 것이다. 미술이란 것은 말 그대로 아름답게 만드는 기술이니, 그가 실제로 본 아름다운 여성을 더 아름답고 고결하며 완벽한 그녀로 만들어 묘사해내겠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의 이상향은 이후 서양미술사 속의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여성미의 표준 규격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롱다리에 작은 얼굴 만들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된 것이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살짝 가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부끄러워서일까? 아니면 오히려 가리고 있어 더 많은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일까? 비너스가 그리 정숙하지 않은 여신이란 것은 다 알 터이고, 그렇다면 그녀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자신의 힘의 원천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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