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로부터 안전 김치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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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취임 1주년을 앞둔 김화중 장관을 만나 지난 1년에 대한 소감과 올해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이기태> ▶

철저한 방역 조류독감 확산 막아 차상위계층 여성 일자리 제공 등

복지 전분야 성인지적 정책 추진 갈등 해결 대화형 리더십 돋보여

의료 전문가로 보건복지 분야에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온 김화중 장관이 지난 27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5일 1주년을 앞둔 김 장관을 과천 정부종합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뛰어난 조정력과 리더십으로 보건복지부를 이끌어 온 김 장관은 올해 업무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정책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소탈하게 들려준 김 장관에게서 당당하고 부드러운 여성리더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첫 해를 보내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보건의료복지의 세계적인 흐름과 우리나라의 현 위치, 보건복지부의 비전과 정책방향을 충분히 알고 시작했으니까요. 또 우수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지난해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

매년 의약분업, 의보재정, 국민연금 등 사회적인 갈등이 끊이지 않던 곳이 보건복지 분야다. 하지만 김 장관이 취임한 지난 한 해 의료계는 큰 분쟁 없이 잠잠했다. 포괄수가제 등 갈등요소가 적지 않았지만 김 장관의 설득과 조정으로 극단적인 대립을 막을 수 있었다. 반면 건강보험 통합과 동북아중심병원 유치 등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이며 김 장관이 강조해 온 공공보건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 갈등에 대한 조정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십니까?

“복지부 산하 법인이 450개에 달하고 사단법인도 250개나 됩니다. 이 단체들이 모두 각각의 요구를 하는 거죠. 가정에서 주부가 살림을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하루만 소홀하면 난리가 나는 곳이 여기지요. 취임 초 마련한 국민장관실에서 계속 하루 3팀씩 만나 문제가 무엇인지 듣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하며 갈등을 해결해 왔습니다.”

김 장관은 간호협회와 학회 활동을 통해 그룹과 조직 내 갈등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간호협회장을 지내며 갈등을 화합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것이 지난해 일부 시민단체들의 퇴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힘들었지만 나는 한 가지도 수긍할 수 없었다”며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 한동안 조류독감 등 전염병으로 사회적 위기감이 높았습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안심해도 괜찮습니까?

“보건복지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전염병을 막는 것이지요. 지난해 사스가 발생했지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국내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방역과 검역을 일원화한 질병관리본부를 발족해 앞으로 각종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조류독감이 국내에서 조기 발견돼 철저히 방역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1500만 명에게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해 국민면역수준이 크게 높아졌고 이미 다각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김 장관은 전염병의 전파 과정과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을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3월이면 이질,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손씻기 등 일반적인 개인위생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2004년 보건복지부 주요 여성정책은 무엇입니까?

“복지부는 여성정책담당관실을 중심으로 여성 대상 정책의 활성화는 물론 성인지적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선 빈곤여성, 여성장애인, 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여성에 대한 자립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 복지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지요. 이와 함께 성인지적 가정복지정책, 성인지적 인구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입니다. 또 여성건강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여성건강 통계를 확보해 정책과제를 발굴할 계획이에요.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수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통계연구를 진행했고 결과가 곧 나올 예정입니다.”

- 최근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기존의 복지정책과 차별성은 무엇입니까?

“참여복지 5개년계획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빈부격차의 확대, 장기적 실업 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그동안 저소득계층에 초점을 두었던 복지정책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정책으로 전환한 것도 중요하지요. 중앙정부 위주의 복지에서 중앙·지방·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여성의 빈곤층 확대가 심각해 빈곤의 여성화라고 이야기될 정도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올해 노령, 장애, 한부모 등 가구특성이 반영된 최저생계비를 계측해 빈곤여성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안산, 천안, 포항 등 3개 지역에서 빈곤여성가구주의 사회적 자립을 돕기 위한 사례관리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차상위 계층 1만 명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도입해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계층 여성도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저소득층 여성들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미취학자녀 보육서비스, 질병·치매·장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가족에 대한 보호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 국민연금 사각지대의 여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지난달 초 관련부처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후소득보장사각지대해소대책위원회'를 발족했어요. 위원회에서는 앞으로 1년간 국민연금제도 납부예외자와 무소득배우자의 노후소득보장 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의 연금수급권을 강화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

-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여성부와 긴밀히 협조해 이관과 관련된 업무를 철저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이관에 대비해 여성부와 우리 부 담당자들이 보육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보육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진행한 이날도 “저녁에 국민장관실에서 일정이 있다”고 말했다. 취임 초 국민장관실을 마련한 것에 대해 '며칠 못 갈 것'이라던 일부의 비아냥거림을 김 장관의 변함없는 열정이 누른 것이다. 밤 11~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서지만 어김없이 매일 아침 5시 50분이면 집을 나서 헬스클럽에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김 장관. 지난 1년의 경험에 그 부지런함과 열정을 더해 우리나라 보건복지의 아침도 힘차게 열어 갈 것을 기대해 본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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