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기르는 유민영(39)씨는 외출 시 혼자 집에 있을 반려견이 걱정돼 올해 펫캠 두 개를 설치했다. 본인제공
반려견을 기르는 유민영(39)씨는 외출 시 혼자 집에 있을 반려견이 걱정돼 올해 펫캠을 설치했다. 본인제공

반려견을 기르는 유민영(39)씨는 최근 발생한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 해킹 사건으로 집 안에 설치한 펫캠이 불안하다. 유씨는 외출 시 혼자 집에 있을 반려견이 걱정돼 올해 펫캠 두 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 월패드 해킹 사건을 보면서 펫캠에 저장된 영상 혹은 실시간 영상을 누군가 훔쳐보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는 “되도록 저장된 영상은 확인하고 즉시 지운다”며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펫캠이 없는 방에서 옷을 갈아 입는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있을 때는 녹화를 중단하고 사생활보호 모드로 바꾼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월패드 전면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아파트 월패드 전면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아파트 월패드 전면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아파트 월패드 전면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카메라 렌즈 공포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논란된 월패드뿐 아니라 불법촬영의 수단은 집 안 곳곳에 깔려 있다. IoT(사물인터넷) 기기의 대중화 등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한 IP카메라가 보급됐다. 그러나 이같은 홈캠·펫캠 등이 불법촬영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2018년 11월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반려동물 사이트 등을 통해 가정집 IP 카메라에 무단 접속한 뒤 불법 촬영한 혐의로 피의자 10명을 불구속 검거했다. 피의자 10명 모두 남성이었고 피해자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혼자 생활하는 여성이었다. 피의자들은 IP카메라의 ‘줌’ 기능이나 ‘각도’ 조절 기능들을 조작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녹화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월 24일 △유추하기 쉬운 암호 사용하지 않기 △주기적으로 최신 보안 업데이트 △카메라 기능 미이용 시 카메라 렌즈 가리기 등을 당부했다. 다만 각 가정에서 홈네트워크 관리를 직접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면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나 반창고 등으로 가리는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노트북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노트북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노트북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려 놓은 모습.

일명 ‘렌즈 공포증’에 휩싸인 여성들은 월패드 해킹 사건 이전부터 불법촬영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트북 카메라나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등 렌즈를 가리고 있다. 유민영씨는 “공중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렌즈를 바닥을 향하게끔 뒤집어 놓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채은씨(28)도 “이번 월패드 사건을 보면서 집 안에 있는 모든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붙였다”며 “카메라 렌즈만 보면 불법촬영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호소했다. 임서연(32)씨도 “요즘에는 줌(ZOOM) 회의가 많아서 불편하지만 노트북 웹 카메라 렌즈에 항상 스티커를 붙인다”고 얘기했다.

이런 움직임에 불법촬영 해킹 방지 노트북 카메라 가리개도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300원대부터 6000원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불법촬영 범죄에 대비해 주의 하는 것보다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정부의 도의적 책임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서랑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실질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없다”며 “사업자에게 권고가 아닌 지침을 내린 것이 황당하고, 개인 이용자에게는 카메라 렌즈를 가리라고 했는데 지침이라기엔 창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촬영 범죄 구속률을 높이고 재판부가 강한 양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도의적 책임이 우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