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의 핵심은 젠더평등... 기업이 적극 나서야
[기고] ESG의 핵심은 젠더평등... 기업이 적극 나서야
  •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 승인 2021.12.03 10:51
  • 수정 2021-12-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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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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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와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세 축으로 구성된 기업의 투자전략으로 투자자가 기업의 재무정보는 물론 비재무정보까지 고려하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ESG 고려 요소 중 사회와 지배구조는 기업의 젠더질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별 및 다양성, 직원참여. 인권, 노동기준에서 젠더평등은 물론, 이사회 구성에서의 성별균형은 지배구조와 기업의 젠더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이사회 구성의 성별균형은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ESG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이사회의 투명성과 남성 중심의 편향된 의사결정의 견제․감시를 통해 불법, 부패, 비윤리, 불공정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골드만삭스는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 이상 포함돼 있지 않은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IPO)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했고, 블랙록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가 매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여성의 일자리 환경을 측정하고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유리천장지수’ 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1년 현재 최하위인 29위로 9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 여성 이사회 진출은 감히 다른 국가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최저 스코어” 이다. 여성가족부(2021년)에 의하면 현재 국내 상장법인 2246개의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5.2%로, OECD 여성임원 평균 25.6%에 매우 미흡한 실정으로 상장기업 지배구조의 성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2월 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2조원 이상의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2000년 여성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성별할당제가 도입되고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업 이사회의 성별할당제가 법정화된 것이다. 성별할당제는 권력의 성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국에서 채택되고 있는 제도다.

정치영역 성별할당제와는 달리 기업 이사회 성별할당제는 이사회의 성별균형을 통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이사회 임원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여성을 위한 ‘공정성’과 더 큰 공익으로서의 민주성이다. 즉, 공익의 사적 영역으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를 갖는 이사회의 성별균형은 기업 스스로 여성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조건과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때 기업 내 젠더관계와 질서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인적 네트워크 부족, 조직 내 남성중심성 등으로 인한 젠더화 된 조직문화 속에서 임원으로 성장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52.9%까지 증가했지만, 여성관리직 비율은 OECD 평균(33.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4%이다. 기업 스스로 일가정양립지원,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 여성네트워크 지원등에 대한 노력과 함께 제도적으로는 관리직 성별 목표제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자본시장법 상의 이사회 성별할당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2조원 이상 상장기업(152개)에 한정해서 이사회 성별할당제를 시행하는 것은 기업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단계적으로 전체 상장회사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사회 성별할당 비율도 확대되어야 한다. 적용 기업 대상에 따라 이사회의 규모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자본시장법은 이사회 구성을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최저 기준을 정하고, 그 비율은 기업에 스스로에게 맡기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이사회 여성임원 비율이 최저 수준이고 노동시장에서의 젠더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의 자율적 노력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젠더평등이 중요하고, 이것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내 젠더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젠더평등은 더 이상 국가정책에서만 존재해서는 안 되고. 그 주체에 ‘기업’이 포함돼야 한다. 이것이 민주성이라는 공익의 사적 영역으로의 확대를 의미하는 이사회 성별할당을 제도화한 목적이기도 하다.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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