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으로 가득한 구석기인들의 '구세주'

kysk미술평론가

인간이 미술이란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대체 언제일까? 대부분의 사가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2만 5천년 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류의 조상이 여타 동물들과는 달리 직립보행이란 걸 하게 되면서, 척추동물 중엔 유일하게 허리 디스크라는 병까지 만들어 가며 손을 사용한 것은 수백만 년 전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무엇인가를 창의적으로 만들거나 그리거나 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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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렌도르프의 비너스(약 2만 5천년전).

먹고살 만해야 예술이란 게 생겨나듯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들도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결 진화된 정신활동이란 것을 하면서부터 미술이란 것이 생겨났다. 선사시대 인간들의 예술은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그 가치를 매김질 하기 어렵다.

그들이 그려낸 동굴벽화, 혹은 자그마한 동물이나 인간 형상의 조각들이 지금처럼 좀더 멋진 동굴을 꾸며 비싼 값에 일반 분양시키기 위해, 또는 집주인의 예술적 취향을 과시하기 위해, 더 나아가 전국 원시미전에 입상, 탄탄한 예술원 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피땀을 흘려 가며 만들어낸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들에게 미술행위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극복해내고자 하는 염원에서 출발했다. 즉 동굴에 짐승들을 그려놓고 쳐다보면서 우린 결코 그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며 외려 그들을 깡그리 잡아다가 너무 배가 불러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먹어치울 수 있을 거야, 라는 주술적인 자기 최면을 걸었을 것이라는 소리다.

인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여체는 구석기 시대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다.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라는 곳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당시 그 이름을 붙인 학자는 기원전 2만 5천년전의 이 작품을 보고 구석기 시대인들의 여성상, 즉 비너스가 바로 이러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한 모양이다.

위험천만의 맹수들과의 사투, 수렵과 떠돌이 생활을 하던 원시인들에게 여성의 역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그녀들은 그들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재산을 잉태하고 낳아주고 보호해주는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열악한 그들 생활에서 종족보존과 개체 수 늘리기는 삶 그 자체의 목적이자 수단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지와 같은 여성에 대한 찬양은 당연했고 흠모와 존경의 대상이 되었을 터이다.

구석기인 누군가는 우연히 주은 돌멩이 하나에 다산과 풍요에 대한 열망을 가득 담아가며 축 처진 넓은 가슴과 풍만한 뱃살을 얹은 그녀를 조각했을 것이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는 죽어도 우리 같은 후손을 낳을 수 있으니 당신이야말로 우리 인간을 영속시키는 구세주 아닌가'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 혹은 그녀가 만든 비너스는 긴 팔과 이지적인 눈매 그리고 섬세한 손가락과 요염 떠는 자세라곤 없다. 이미 그들에겐 풍만함, 풍요로움 그 자체가 세상 어떤 것보다 지적이며 정신적인 값어치를 지닐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늘어진 그녀의 유방에서 젖줄기가 흐를 것 같다. 말은 없지만, '당신들이 원시적이다 혹은 동물적이다 라며 가끔씩 날 깔아 뭉개는지 모르지만, 나 없이는 태어나지도 못했고, 나 없이는 살아나지도 못했을' 모든 인류들에게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당당한 뱃살을 흔들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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