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를 “최악의 대선 구도”라고 비판하는 시민들로 모인 ‘대선전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지난 3일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양당을 제외한 제3지대 후보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대 대통령 선거를 “최악의 대선 구도”라고 비판하는 시민들로 모인 ‘대선전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지난 3일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양당을 제외한 제3지대 후보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한민국에는 여성 유권자 22,190,765명이 살고 있다. 남성 유권자 21,803,482명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여성이 가진 표가 387,283개 많은 셈이다. 세종시와 구미시 중간 정도의 도시 하나를 가득 메울 수 있는 크기라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듯하다. 거칠게 말하면 여성들이 맘만 먹으면 그 누구라도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아직 여성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역대 최악의 대선 구도를 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거대정당 후보들은 여성을 지우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고죄를 강화해 억울한 상황을 구제하겠다며 미투 운동을 조롱하고, 이재명 후보는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을 지우는 일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 한다.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 일상이 돼버린 채용 성차별 사건, 2030 여성들이 밤낮으로 두려워하는 디지털 성폭력과 기혼 여성들의 독박육아, 경력단절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일처럼 논외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혹시 자고 일어난 사이 여성의 투표권이 없어진 것인가?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정치인들을 위해서 상기 시켜 드리겠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참정권을 보장받았다. 특히 2017년 대통령 선거 이후 여성의 투표율은 남성보다 높았고, 특히 20~40 여성들의 투표율은 이전 세대의 여성들보다 높다. 그들 중에서도  2030 여성들의 투표 성향과 참여성은 민주주의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집단으로 성장 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20대 여성의 15%가 제3의 후보를 뽑았다. 본인의 표가 사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거대양당의 후보가 아닌 대안후보들에게 소신투표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대선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목숨을 걸고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와 관련 종사자들이 진정 당선을 원한다면 이들을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공공선의 가치를 지켜낼 후보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가 존재한다.

여성 유권자 전체에게 말하고 싶다. 바야흐로 여성에 대한 반동적 정치의 시대다. 백래시는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온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전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우리의 운동을 중단시키는 선제공격이다. 여성의 참정권은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행운이 아니었다. 수백 년 전 여성들은 그 투표권 하나 얻자고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감고 단식 투쟁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참정권을 얻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기 위해 말이다. 

지금 여성들에게는 투표권은 있으나 그 투표권으로 우리를 대변할 승리자를 만들기 어렵다. 정치참여는 투표 당일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손 놓고 있지 말자. 거대양당 빼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후보를 찾고 또 밀자. 우리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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