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젠더 선진국으로 가는 길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젠더 선진국으로 가는 길
  • 김형준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승인 2021.10.30 09:14
  • 수정 2021-10-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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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홍수형 기자
무엇보다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선 ‘젠더 쟁점 지향적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홍수형 기자

대선이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이유와 경로로 특정 후보를 선택할까? 아니면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나? 유권자 투표 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연구 업적이 많이 쌓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40년대 사회학적 시각에서 투표 행태를 연구한 콜럼비아 대학 모형과 1960년대 정치심리학적 시각에서 연구한 미시간 대학 모형이 있다.

전자는 투표자의 성별, 연령, 교육, 사회적 지위 등 사회 인구학적 변수를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으로 취급했다. 또한, 선거 행위 속에 차지하는 ‘사회적 소통’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여론주도자의 역할’과 ‘사회소통의 2단계 과정’을 강조했다.

유권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요인

반면, 후자에서는 투표 선택 행위를 결정하는 직접 요인으로 투표자의 정치적 태도, 가치관, 인식 등을 강조한다. 특히, ‘정당일체감’, ‘정책 쟁점에 대한 견해’, ‘후보자에 대해 갖는 태도’를 3대 핵심 요인으로 분류한다. 정당일체감이란 “특정 유권자가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당파적 태도”다. 후보자에 대한 태도는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 또는 후보자에 대한 정향을 뜻한다. 그 핵심은 후보자의 경력, 능력, 신뢰성과 성실성 등으로 집약된다. ‘정책 쟁점에 대한 견해’는 정책 쟁점을 보고 투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경제 쟁점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기준으로 투표한다. 투표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택행위다. 유권자들이 좋은 선택을 해야 좋은 선거가 된다.

내년 대선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이 만나야 할 미래와 젠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대선거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지금까지의 투표 행태에서 벗어나 투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능력보다는 맹목적인 정서적 일체감, 지역 연고, 특정 소속 정당만을 보고 감성적으로 투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젠더 쟁점 지향적 투표’ 중요

무엇보다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선 ‘젠더 쟁점 지향적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유권자는 젠더 쟁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정립되어야 한다. 둘째, 젠더 쟁점의 해소와 관련하여 정당 및 후보들의 정책 대안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이러한 견해와 인지를 바탕으로 투표를 결정할 만큼 그 젠더 쟁점이 유권자에게 충분히 중요히 부각돼야 한다.

기존 선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젠더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갖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각 정당과 후보의 입장도 숙지하지 못했다. 젠더쟁점 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선 콜럼비아 대학 모형에서 지적했듯이, 여성신문, 여성 시민단체, 여성 지도자와 같이 여론주도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가 대립적 젠더 쟁점 제시하나

미국의 카민즈와 스팀슨(Carmines and Stimson) 교수는 선거에서 불거지는 쟁점의 유형을 크게 ‘쉬운 쟁점’(easy issue)과 ‘어려운 쟁점’(hard issue)으로 구분했다. 쉬운 쟁점이 부각되면 정치적인 관심과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이에 근거해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어려운 쟁점에 대한 인지와 견해의 정립은 상당한 수준의 정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스토크스(Stokes) 교수는 합의 쟁점(valence issue)과 대립 쟁점(position issue)의 구분을 내세웠다. 합의 쟁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어느 한편으로 평가되는 조건으로서 유권자의 거의 모두가 이 쟁점에 있어서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반면, 대립 쟁점은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난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후보는 “여성과 남성의 동일 보수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의 이름을 공표하겠다. 우리는 무작위로, 그리고 대규모로, 회사들이 동일 보수 관련 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사할 것이다”라고 공약 했다. 이것이 대립쟁점이다.

그동안 한국 대선에선 젠더 쟁점은 합의 쟁점의 성격이 강했다. 이번 대선에선 어느 후보가 ‘쉽고 대립적인 젠더 쟁점’을 제시하는 지를 보고 투표하길 기대한다. 단언컨대, 젠더쟁점 투표 없이 젠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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