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젊은 골퍼 늘어나는데
남성 중심 골프 관행 여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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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남녀구분 없는 대중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지만 필드에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관행이 남아 있다.

골프는 더 이상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중장년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젊은 층의 골프인구가 크게 늘었다.

“머리 올리다” 골프계 성차별 관용구

JTBC 예능 '세리머니 클럽' 방송 화면 캡처
JTBC 예능 '세리머니 클럽' 방송 화면 캡처

골프를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머리 올린다’가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첫 라운딩을 기념하는 사진과 함께 #머리올린날 #머리올리기 라는 해시태그가 1만8천개 이상 달렸다.

‘머리를 올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 기생이 정식 기생이 되며 머리에 쪽을 진다’다. 골프에서는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필드 라운딩을 나가는 것을 지칭한다.

배우 이성경은 지난달 15일 방영된 JTBC ‘세리머니 클럽’에 출연해 “‘머리 올린다’는 표현의 말뜻을 알고 그 말을 안 쓴다”고 밝혔다.

여성 골퍼·캐디 성추행은 현재진행형

미셸 위. ⓒPGA of America
미셸 위. ⓒPGA of America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성은 골프계에서 성희롱의 대상이다. 한국계 프로골퍼이자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5회 우승한 미셸 위 웨스트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성희롱 당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월 팟캐스트에 출연한 줄리아니 전 시장은 “미셸 위의 퍼팅(컵을 향해 공을 침) 자세 때문에 사진기자들이 그녀의 팬티를 찍으려고 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에 미셸 위는 “그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내가 그날 64타를 쳐서 남자 골프선수를 모두 이기고 우리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이라며 “그가 나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고 내 뒤에서 온종일 내 팬티만 언급하면서도, 내 앞에서는 웃으면서 경기 내용을 칭찬한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얘기했다.

캐디 성추행도 만연하다. 2018년 울산컨트리클럽 전 캐디들은 골프장 이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60대 회원 A씨가 경기 보조원인 여성 캐디 2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8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여성 캐디 두 명에게 ‘10만원 줄 테니까 함께 자자’ ‘결혼 전에 다른 남자와 자봐야 한다’ 등의 추행을 저질렀다. 또 A씨는 캐디 옆자리인 카트 조수석에 앉아 신체 접촉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캐디로 3년간 일한 정여진(가명·36)씨도 “개인 연락처를 달라는 고객들이 있다”며 “이를 거절하면 ‘다른 캐디는 주는데 왜 안 주냐’고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코를 성형하면 예쁘다’ ‘남자 잘 만나야 한다’ 등 외모 비하나 성희롱 발언 등도 많았다”고 말했다.

여성 골프복은 짧은 치마·바지

TV CHOSUN ‘골프왕’ 방송 화면 캡처

여성 골퍼의 의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방송 중인 여러 골프 예능 방송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 차인 장민영(25)씨는 여성 골프복에 대해 “여성은 주로 짧은 치마·바지를 입는데 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MBC ‘쓰리박 : 두 번째 심장’ 방송 화면 캡처

한국 골프 선구자인 박세리 전 골퍼도 LPGA 시절 치마 단체복을 싫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MBC ‘쓰리박 : 두 번째 심장’에서 “치마는 정말 너무 불편하다”며 “당시 나랑 한희원 둘이서 치마 안 입는다고 난리 쳤다”고 말했다. 이어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으니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3개월째 강습을 받고 있는 이유주(26)씨는 “얼마 전 골프복을 사려고 매장에 가보니 직원이 ‘요즘에는 골프 치마는 테니스복으로도 입을 수 있다’며 짧은 치마를 추천해주더라”며 “스포츠 속 여성 복장 문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디 티 대신 ‘레드 티’

여성을 위한 티 박스(플레이를 시작하는 홀의 출발 위치) 명칭에도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한다. 여성을 위한 티 박스로 홀과의 거리가 가장 짧은 티 박스를 ‘레이디 티’(lady tee)라고 부르는데 실은 ‘레드 티’(red tee)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레드 티는 여성만 사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 골퍼도 초보자는 레드 티를 이용할 수 있다. 레이디라는 이름을 붙이면 선입견 때문에 이용하기 어렵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여성에게만 정회원권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골드CC와 코리아CC의 정회원 입회 조건은 만 35세 이상 남성이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여성에게만 정회원권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한성CC도 만 30세 이상 남성만이 정회원 입회가 가능했다.

여성에게만 정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 골프장도 있다. 골드CC와 코리아CC의 정회원 입회 조건은 만 35세 이상 남성이었다. 한성CC도 만 30세 이상 남성만 가입이 가능했다.

『운동하는 여자』의 저자이자 여성전용 운동클래스 ‘운동친구’를 설립한 양민영 작가는 골프라는 스포츠에서는 성의 구분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양 작가는 “남성 코치에게 강습을 받았는데 ‘여성들은 어떻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배우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여성 코치가 있는 곳이 드물었다”며 “향후 운동친구에서 여성끼리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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