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일자리 등 성인지적 감수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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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해 동안 여성부를 이끈 소회와 올해 여성부 주요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민원기>

여성문제 현장을 발로 뛰며 찾아가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던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 장관 취임 이후 1년 동안 여성부는 서초구 반포동 조달청사에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 자리를 옮겼고 정책을 이끄는 실국장들도 새로운 얼굴로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3일 찾은 장관실은 1년 전과 다름없이 정갈했고 장관의 컴퓨터 책상 위엔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

2004 여성부 주요 정책 과제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여성경제활동 확대

·사회 각 분야 여성 대표성 제고

·호주제 폐지 추진

·국가미래전략사업으로 보육정책 추진

·여성인권강화 ; 성매매방지종합대책 마련

·정책에 양성평등 관점 통합

·일하는 방식의 개선 ; 찾아가는 행정

- 여성부 장관으로 첫번째 일 년을 지낸 소감은 어떠십니까.

“굉장히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바쁘니까 옛날 여성운동 하던 때가 까마득할 정도로 앞으로, 앞으로만 온 것 같아요. 방식은 달라졌지만 일하는 내용, 과제는 달라진 것이 없어요.

취임 직후부터 호주제 폐지, 보육업무 이관 등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온 지 장관은 올 한 해 여성운동 시절과 다름없는 추진력을 십분 발휘했다. 지 장관이 지난해 연말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장관 평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른 중요한 바탕일 것이다. 올해 초 정부업무평가에서도 여성부는 주요정책 평가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호주제 폐지 정책은 우수정책사례로 선정됐다.

-정말 많은 일을 하셨는데 지난 1년의 경험 가운데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국회의 기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어도 모든 법은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까요.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의 경우,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높아진 만큼 국회통과도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호주제 폐지에 냉담했어요. 국회의원들을 움직이기 위해 보다 많은 여성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지난해 여성부가 주력했던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보육업무 이관 등이 기대만큼 빠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더디게 가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여성운동과 여성부가 최선을 다했지만 국회의 여러 가지 역학관계와 상황이 맞물려 자꾸 조금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매매방지법의 경우, 법사위위원장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쟁점 정리도 끝난 상황이어서 법사위를 열어 이를 다루기만 하면 이달 중에 해결될 것으로 봐요. 보육업무 이관 역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2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해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호주제 폐지는 1월에 공청회를 열고 2월 법사위에서 다룬다고 했는데 공청회를 못했기 때문에 2월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 올해 우리 사회 여성의 변화를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올해는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확연히 진전될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운동의 힘이 누적된 결과로 올해 여성의 사회참여 내용이 질적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해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최소한 2배 이상 높아지고 여성에 대한 인식과 의지, 개혁성을 갖춘 여성의원이 나올 겁니다. 당을 떠나 여성문제 공조체계를 유지해 국회 내 여성 영향력은 수적 증가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거예요. 여성부도 훨씬 수월하고 활발하게 일할 수 있겠죠(웃음). 한국여성 전체의 힘이 분출될 수 있지 않겠어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한 해라고 봐요.”

- 여성부에서는 이미 보육 5개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압니다. 여성부의 보육정책이 복지부의 보육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근본적으로 관점과 보육문제의 시급함을 인식하는 감수성이 큰 차이입니다. 여성부 보육 로드맵의 핵심은 보육의 공공화입니다. 차등보육료제를 과감히 도입하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아동이 최소한 50%가 되도록 할 계획이에요. 또 현재 16%에 불과한 국공립 법인 보육시설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공보육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본 토대예요. 또한 여성뿐만이 아니라 부모, 정부, 보육단체 3자가 역할을 분담하고 여성적 관점, 아동행복권, 지역공동체를 통합해 보육정책의 시스템을 변화시킬 겁니다.”

보육정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지 장관은 “참여정부는 로드맵을 만들면 그냥 간다”며 일단 원칙을 세우면 실천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보육업무 이관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올해 여성부가 밝힌 창업지원과 취업지원 예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부가 취업 관련 예산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곳은 아닙니다. 여성부가 일자리 창출에 참여하는 방식은 주무부서에서 펴는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넣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부가 청년 실업에 관한 정책을 펴고 일자리를 개발할 때 여성을 생각하도록 하는 거죠. 여성부가 단독으로 하는 사업은 여성 대상 취업, 창업 정책의 모델적 성격으로 보시면 됩니다.”

- 여성부는 업무 특성상 부처간 협조가 중요합니다. 국무회의에서 성인지 예산 등을 처음 이야기해 충격을 주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지금도 제가 성별정책영향평가 등을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집니다. 하지만 여성부 장관인 제 역할이고 고유 업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인력개발이나 일자리 창출 회의에도 참석해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고위직에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무선으로 내려가면 계획을 짜는 분들이 성인지적 인식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고민이지요. 그러니까 자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지난해 1번에 그쳤던 여성정책조정회의도 올해는 분기마다 열 계획입니다.”

- 여성부의 여성정책 동반자로서 여성운동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성운동가들이 너무 고생을 해요. 최소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겁니다. 정부도 지원방식을 찾아야 하고 여성단체도 여성들의 기부를 조직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여성단체가 잘돼야 여성부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 장관은 인터뷰를 마치며 여성들이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을 부탁했다.

“여성들이 과거의 의존적인 특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은 곤란합니다. 여성들도 자기 힘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찾아내고 당당하게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성들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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