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발언] 정권연장과 정권교체, 양자택일만 남은 대선
[유창선의 발언] 정권연장과 정권교체, 양자택일만 남은 대선
  • 유창선 시사평론가
  • 승인 2021.10.12 09:54
  • 수정 2021-10-1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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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최종 득표율은 50.29% 선출됐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최종 득표율은 50.29%로 선출됐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촛불 시민혁명을 거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한 현상을 지적한다. 최 교수는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논문에서 그 원인을 문재인 정부하에서 국가·정부와 시민운동이 결합하며 사회가 다원주의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단원주의적 사회가 되어버린 데서 찾는다. 정부의 중심적 지지 집단으로서 시민운동은 지지·혜택을 받고 국가에 흡수되었고, 그 결과는 자율적 시민운동의 소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다원주의의 취약성과 사회적 공론장의 소멸로 이어진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 최 교수의 진단이다. ‘다원주의 없는 시민사회’는 그 정의상 시민사회가 아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시대와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념, 가치, 사상이 창출되기 어렵고, 또한 언론의 자유, 이견, 비판이 허용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우려이다. 그 속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대선정국 또한 다원주의의 소멸이라는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국민의당의 안철수, 바른정당의 유승민,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다원적 경쟁의 구도를 형성했다. 진보도 보수도 각기 내부에서 분화되고 중도적인 흐름도 독자적인 세력으로 등장했던 선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20대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대 국민의힘이라는 두 진영의 대결로 진즉부터 굳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정권연장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구만이 충돌해온 우리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러다 보니 두 진영 내부에서는 ‘묻지마 지지’와 ‘묻지마 반대’의 두 가지 흐름만이 주도한다. 여당의 이재명 지사든 야당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든, 자기 진영 내부에서는 어떤 결함이 있어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상대 진영으로부터는 악마 취급을 당하곤 한다. 그러니 이번 대선은 고질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이 지배하는 선거로 가고 있다. 최장집 교수의 말대로 촛불 시민혁명을 거쳤음에도 우리 정치는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1일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나섰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1일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나섰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러다 보니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다양한 가치나 정책들에 대한 관심은 실종되어가고 있다. 후보들도 지지자들도 정권연장과 정권교체 사이의 양자택일만 요구할 뿐, 정책이나 의제에는 관심이 없는 분위기가 선거판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외의 다른 정치세력은 설 자리 자체도 없고 존재감도 없다. 대선 때면 바람이 불었던 제3지대도,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도, 이번 대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젠더 문제에 대한 정책 제시나 토론도 굳이 필요성들을 느끼지 않을 분위기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말했던 정치는 다원적 인간들 사이에서 다양성을 전제로 한 의사소통 행위였다.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의 영역을 적대와 증오의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은 아렌트가 꿈꾸었던 정치적 삶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서는 아렌트가 말한 정치적 삶의 요체인 사랑은 거세되고 만다. 다시 정치는 사막이 되고 만다. 오직 두 진영만의 사활을 건 대결로 가고 있는 이번 대선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양자택일의 요구가 마땅치 않더라도, 선거에서 아예 등을 돌릴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정권연장과 정권교체 두 개의 길밖에 남지 않는 대선이 되어 나 또한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되더라도, 그 진영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정치가 가능해지도록 시민으로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노력은 마지막까지 필요하다. ‘묻지마 지지’가 아닌 ‘비판적 지지’의 태도를 견지할 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이런 대선판에서도 그나마 합리적 이성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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