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한의원장, 건강교육가, 다이어트자습서 〈살에게 말을 걸어봐〉 저자

유산 안 할 방법? 있다. 일생에 딱 한두 번 경건하게 섹스를 하고 애만 만들면 된다. 너무 과격한감? 그럼 비혼남녀는 섹스절대 불가법을 만들어야겠네.

낙태라고 이름 붙인 행위를 하면 불순한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유산에 알맞은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도덕교과서 같은 입에 발린 말로 여성들을 괴롭히지 않게. 입장이 바뀌어서 남자가 유산을 한다면 똑같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을 건가.

몸조리하라고 법정휴가제도도 생겼을 것이고 수당도 받았을지도 모른다. 또 유산한 사실을 만천하에 당당하게 알리고 아내에게 몸에 좋은 미역국에 한상 차려 달래서 편안히 몸조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상상에서 깨어나 여성들의 현실은 어떤가. 애만들기 작업은 같이 해놓고 누군 숨기면서 쉬쉬해가며 수술받느라 고통스럽고 몸조리 못해서 평생을 더 고생하기 십상이다. 흔히 소파수술이라고 하는 인공 임신중절을 하게되면 자궁내막의 기저층까지 과도하게 긁어내서 월경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또한 임신 후에 아기에게 영양을 주고 붙잡아주는 태반과 자궁근육이 약해져서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리양이 적다 보면 나이보다 일찍 월경이 끝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수술 후에 자궁에 유착과 염증 등을 일으키기 쉽고 호르몬의 균형을 흐트려 놓아 불임환경의 빌미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유산을 하면 출산한 것과 마찬가지로 몸조리를 잘해야 합병증이나 후유증도 없고 다음 임신과 출산에 지장이 없다. 호박만 달여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유산 후에 자궁내막이 얇아지고 자궁경관이 무력해지는 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보익탕(補益湯)으로 몸조리를 한다. 보익탕은 인삼, 황기, 승마 등의 보기제에 연자육, 소회향, 당위, 오수유 등의 보혈제와 자궁 영양제가 골고루 합방되어 있어 습관성 유산을 예방해 준다.

특히 자연유산 후에는 자궁이 회복되기까지 충분히 휴식과 영양을 줘야 하므로 콘돔으로 철저하게 피임을 해야한다. 다음 아기를 갖는 것은 적어도 3번 이상 월경을 순조롭게 하는지 지켜 본 다음에 계획을 한다. 여성의 몸과 정신에 극심한 충격을 주는 유산은 특히 몸조리, 마음조리가 필요하다. 남편과 애인에게 알려서 같이 슬픔과 어려움을 나누어야 한다. 자매, 동료와 친구들에게도 알려서 배려와 도움을 청하라.

결국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책임은 자신에게 건강에 대한 부담으로 질병이나 고통이 되어 되돌아온다. 참고 감추고 혼자 감당하는 것이 미덕이며 능사가 아니다.

유산후에는 이렇게 돌보자

● 수술을 받기 전에 인연이 되지 못할 아기와 헤어지는 의식을 치르라.

편지를 써도 좋고 음악을 들려 주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아픔을 진심으로 나누라.

●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는 것을 진지하게 의논해 보라.

● 유산 후에는 휴가를 내거나 가족과 주위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쉬어야 한다.

● 자궁경부를 확장시켜 수술을 받았으므로 간단한 샤워는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하고 목욕탕 안에 들어가는 것은 보름 정도 지나야 좋다.

● 수술 후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역국과 홍합국, 두부, 맵지 않은 백김치, 생선 등으로 담백한 식사를 해서 자궁의 어혈을 풀고 회복을 촉진한다.

● 유제품, 수입육, 빙과류, 아이스크림, 청량음료수, 과일주스 등은 몸을 붓고 처지게 만드므로 해롭다. 주스 대신 과일도 적게 먹고 찬물보다 보리차나 둥글레차, 누룽지 등을 조금씩 마시는 것이 수축에 도움이 된다.

● 성관계는 수술 후 적어도 한 달은 쉬어야 한다.

가벼운 운동은 1주일 정도 지나서 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