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 113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20대 여교사 66.7%가 백래시 피해 경험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9일 서울시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9일 서울시 서대문구 전교조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교사 3명 중 1명이 학교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반발이나 공격(백래시)을 당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교사도 41.3%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7월14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교사 1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반발성 공격)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교사들은 최근 3년 동안 ‘메갈’, ‘페미’냐고 조롱하듯 묻는 행위(17.4%), 공식적인 자리에서 혐오표현 발언(16.6%), 페미니스트 교사에 대한 비난 및 공격(12.8%), 성평등 수업에 대한 방해·거부(8.2%) 등의 백래시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그 외에도 교원평가에 ‘메갈 교사’라고 쓰는 행위, 수업시간에 맥락과 무관하게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등이 있었다. 

백래시 행위자는 ‘학생’이 가장 많아

피해 경험은 성별, 연령대별로 차이가 컸다. 남성보다 여성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여교사의 37.5%, 남교사의 19.6%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교사의 경우 피해 경험이 하나라도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7%에 이른다. 43.9%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혐오표현 발언을 들었으며, 32.5%가 ’메갈‘, ’페미‘냐고 조롱하듯 묻는 행위를 겪었다고 답했다.

백래시 행위자가 누군지에 대한 설문(복수응답)에서는 학생이 6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료 교사(40.4%), 학교 관리자(18.7%) 순이었다. 동료 교사 또는 관리자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성별에 따른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학생에 의한 피해는 여교사(70%)가 남교사(4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20~30대 여교사 66.0% 성희롱·성폭력 피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하나라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41.3%, 남교사는 21.3%였다. 특히 20~30대 여교사의 66.0%가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성폭력 행위자는 피해 성별에 따라 달랐다. 여교사는 학생(55.8%)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있었고, 동료 교사(49.1%), 학교 관리자(24.7%)가 뒤를 이었다. 남교사의 응답은 동료 교사(62.0%), 학생(48.0%), 학교 관리자(26.0%) 순이었다.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23.1%)였다. 20~30대 여교사는 절반 가까이(48.9%) 경험했고 20대 남교사도 38.5%가 경험했다. ‘메갈’ ‘꼴페미’ ‘한남충’ 등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15.9%), 음담패설 및 성적인 발언(13.0%),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보는 행위(4.3%), 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관련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2.2%), 스토킹 및 사적 만남 강요(1.3%), 불법촬영(0.9%), 딥페이크(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기술) 및 초상권 침해(0.5%) 순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여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단순히 지위 위계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젠더 권력 관계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20-30대 교사들은 백래시 피해 경험이 가장 많음에도 대다수가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 학생, 관리자 등 함께 생활하는 모든 학교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전수조사 정기적 실시, 교육청 내 성평등 전문 독립 부서 ‘성평등지원센터(가칭)’ 개설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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