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후원 전시회 여는 화가 김점선
연극계 후원 전시회 여는 화가 김점선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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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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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물리의 대표 한태숙씨(왼쪽)와 그를 후원하는 김점선씨. <사진·민원기 기자>▶





단순한 선과 색채, 동화적인 그림으로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해 온 화가 김점선(57)씨가 연극계 후원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월 연극 '서안화차'를 보고 난 후 극단 물리 후원의 밤에 참석했던 김씨가 척박한 연극계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길 듣게 되면서 촉발이 됐다. 다음달 29일까지 갤러리 정미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수익금 대부분이 갤러리 정미소와 극단 물리의 후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회화 30점과 판화 위주의 작품들은 대중성보다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어 한태숙(53·극단 물리 대표)씨와 윤석화(48·갤러리 정미소 대표)씨가 직접 골랐다.





그의 첫인상은'참으로 작품과 닮았구나'였다. 단순하기 그지없으나 오래 두고 보면 볼수록 사람을 끄는 여백의 미와 가느다란 선, 색감은 온갖 위선과 가식에 찌든 소위 '어른'들의 머리를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말과 글로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좀더 오랫동안 지켜보자면 무언가 깊이가 담겨 있는 작가의 철학마저 전해져 온다. 그 때문인가. 30년 전 그의 작품을 비웃었던 이들은 30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그의 그림에 어느 새 매료됐다. 변화가 미덕인 양 되어 버린 세상에서 30년 동안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이가 드니 친구가 늘어. 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고 또 그 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고.”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두툼한 점퍼, 청바지와 커다란 배낭을 매고 나타난 김씨는 연극인 한태숙씨와 전시를 둘러싼 일련의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우연히 지인들과 극단 물리 후원의 밤에 참석한 김씨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있었다. 마침 극단 물리의 대표가 30년만에 재회한 김씨의 친구 한태숙씨였고, 한씨가 연출한 '서안화차'가 공연된 갤러리 정미소의 윤석화 대표가 후원의 밤 사회를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돌아온 마이크를 받고 무언가 해줄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 “전시나 하죠”라고 한 마디 던진 김씨. 그 자리에 참석한 여러 연극인들이 “웬 은총이냐”며 반겼음은 말할 나위 없다.

말 그대로 에피소드다. 김씨 스스로 밝히듯 그는 “생각이 많지 않은, 걸어다니는 자유인”이며,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도 “그저 돕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었”기 때문이다.



화가 김점선씨와 그가 후원을 약속한 연극인 한태숙씨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00원하던 저렴한 영화비에 숱한 문화계 인사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던 프랑스 문화원. 미술, 연극, 영화, 문학 등 문화 예술 분야에 몸담은 젊은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문화공간이었다. 인사동 화랑에서 경복궁 옆 프랑스 문화원 가는 길을 오가며 얼굴을 익혔던 김씨와 한씨.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김씨는 한씨의 인상이 “조약돌처럼 딴딴해 보였다”고 한다.



항상 목면으로 된 롱 스커트를 입었던 모습이나 옅은 노란색 바탕에 꽃이 프린트된 한씨의 목면 치마는 김씨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 반면 한씨에게 김씨는 청바지에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머리는 산발한 개성 있는 미술학도로 비쳤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을 동시에 알고 있던 친구가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번 전시가 31회 개인전이기도 한 김씨는 집필 활동에도 애정을 보이고 있다. 거침없는 말과 글,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할말이 많아 보이는 그다.



“아동화와 피카소, 마티스의 그림이 비슷한 것 같아도 차이가 뭐냐 하면 아이들은 감성만 갖고 그리기 때문에 어떤 어른이 뭐라고 하면 방어를 못 해. 반면 대가들은 욕을 먹어도 확신이 있기 때문에 방어를 해. 어릴 적의 감성을 나이 60, 70까지 가지고 가되 그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의 좋은 감성을 나이 40, 50이 될 때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침해받고 억눌리고 상처받은 채 꺾여버리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자신이 “그 감성, 단순함을 이어온 것은 끈기”라 말했다. 과거 그의 끈기를 가장 먼저 알아본 이들은 얼리어답터적인 그림을 찾던 콜렉터들이다. 30년 전 '물감값 없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화풍이 지배적이었던 화단에서 김씨는 맑고 깨끗한 느낌의 수채화 같은, 유화임에도 유화 같지 않은 그림을 그려 주목을 받았다.



우렁찬 목소리나 튼튼해 보이는 체격을 보아 “건강하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딱히 답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짤막한 인생론 강의가 이어진다.



“나는 타고나길 건강하게 나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 비관하거나 우울해지는 걸 안 해. 젊었을 땐 인생의 해답을 찾으려고 철학책을 읽기도 하고 '왜 사나' 등의 질문가지고 별별 고민도 많이 했지. 결론은 불가지론이더라는 거야.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인생이 무엇인가 찾으려고 시간 낭비하지 말자, 인생의 근원에 대해 추구하지 말자, 내가 나에게 선언을 했어. 그런 문제에 더 이상 매이지 말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면서 다가오는 일 성실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며 살자. 해답은 머리 뒤꼭지에 던져 놓고 죽을 때까지 살아 보자. 그렇게 20대에 결론 내리고 더 이상 회의를 안 해. 그 찌꺼기를 버리고 살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살았기 때문에 건강한 거야.”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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