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지구가 죽으면 패션도 없다
[하지원의 에코해빗] 지구가 죽으면 패션도 없다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승인 2021.08.29 17:54
  • 수정 2021-09-0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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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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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켜면 1만원대의 예쁜 원피스가 눈을 사로잡는다. 괜찮은 밥 한 끼면 ‘득템’할 수 있는 가격이다. 싼값에 즉흥적으로 사고, 쉽게 버리고… 이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 나는 1년에 몇 벌의 옷을 살까? 내 옷장에 1년 내내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몇 벌이나 될까? 내가 입은 옷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내가 버린 옷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한해 약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된다. 생산 과정에서 옷감의 20%는 이미 자투리 천으로 버려지고, 완성된 옷 중 30%는 같은 해에 버려진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옷은 만들어지면 이미 반은 버려진다”고 하니 과잉생산과 폐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런던에서는 “지구가 죽으면 패션도 없다”며 패션쇼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 8월 G7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패션이 자국 핵심 산업임에도 패션 산업이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방영된 KBS 2TV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은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아프리카 최대 중고시장인 칸타만토가 있다. 가나 인구는 3000만명인데, 여기에 매주 수입되는 헌 옷은 1500만개에 달한다. 연간 약 8억 장이다. 세계 5위 헌옷 수출국인 우리나라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인구 규모 전 세계 28위인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옷을 사고, 또 버리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잘 사용될 거라고 생각하며 헌옷 수거함에 버린 옷들은 이렇게 수출돼 쓰레기가 되고 지구를 죽음의 땅으로 몰아간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칸타만토 시장에는 방학 동안 중고 의류 판매 사업을 배우기 위해 부모와 동행하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The OR Foundation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칸타만토 시장. 방학 동안 중고 의류 판매 사업을 배우기 위해 부모와 동행하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The OR Foundation

의류 폐기물의 문제는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 카타만토 시장 근처의 오다우강은 옷 쓰레기로 가득하고, 옷 무덤이 된 강 건너 매립지에서는 소들이 풀 대신 합성섬유 조각으로 배를 채운다. 세계의류 생산 2위국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부리강은 마치 짙은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다. 강은 이미 죽었고, 운하에는 섬유 쓰레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의류 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가나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가 엘리자베스 리켓(The OR Foundation 대표)은 가나의 옷 쓰레기 문제는 “북반구의 패스트 패션, 과잉 생산, 과잉 소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팔릴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입을 양보다 더 많이 구매”하다 보니 “옷들을 배출할 곳이 필요하게” 됐고, “중고 의류 거래가 바로 그 배출구가 된 셈”이라는 설명이다.

의류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도 수생계를 오염시킨다. 우리 옷의 대부분은 석유에서 나온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으로 옷도 만든다.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옷은 빨래하는 순간 바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2011년 마크브라우니라는 아일랜드 생태학자가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어디나 폴리에스터, 나일론 같은 합성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고, 옷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적어도 1900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나온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있다. 안 입는 청바지나 차양의 자투리 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젠니클로젯’, 현수막으로 신통방통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터치포굿’ 등 업싸이클 기업이다. 소셜벤처 ‘K.O.A’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르캐시미어’도 있다.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도시 프라토에서는 헌 옷에서 다시 실을 뽑아내어 재활용한다. 버려진 옷 1만2000벌로 집을 만드는 기업 ‘세진플러스’도 있다. 포름알데하이드 등이 나오는 접착제를 쓰지 않고, 고열로 압축하는 물리적 방법으로 고밀도 친환경 패널 ‘플러스 넬’을 만드는데, 청계천 의자, 스타벅스 천장 등 건축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진정으로 ‘ESG’를 실현하는 멋진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가 꼭 기억할 것은, 지구는 이미 우리가 버린 옷을 감당할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산 것은 오래 입고, 세탁 횟수도 줄이자. 한 해만이라도 옷 안 사기, 내 옷장에서 쇼핑하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 지구환경학박사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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