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고 편안한 진행 주부 시청자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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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실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부들이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주부를 대상으로 한 시사 프로그램 한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부들이 나와 찬반 토론을 벌이며 시사 문제를 논하는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자'(월-금 오전 11시 25분 방송). 패널들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치는 것이 전부였던 주부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에 참여하는 프로다. 주제의 초점을 빗나갈 수도, 말을 더듬거나 주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느낀 생각과 사례들이 기탄 없이 쏟아진다.

특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정용실(36) 아나운서가 주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토론을 재밌고 편안하게 이끌어간다는 반응이다. 지난 5일 KBS 본관으로 그를 찾았다.

“일반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본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주부들 말문 트는 작업이 가장 힘들죠.”

패널 없이 주부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방송 전에 주부들과 얼굴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능수능란하게 토론이 진행되기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 정씨는 “이야기 도중 끊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토론이냐 토크냐, 프로그램의 성격과 질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정씨는 “어느 전문가든 자기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폭넓게 알긴 힘들다”며 “주부들이 나와 자기의 사례를 진솔하게 얘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한다. “경험이나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문제를 제기해요. 주부들의 한풀이나 신세한탄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찾는 데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습니다.” 정씨는 “사례, 입장이 나와 달라도 우습게 여기지 않고 잘 들어줘야 한다”며 “그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은 여성 관련 주제로 찬반을 논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이날 방송 내용은 이혼유예 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급증하는 이혼율에 대비해 보건복지부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이혼유예 제도에 대해 일반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찬성 70%. 방송은 이혼유예제도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를 던지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씨는 “이혼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사 문제에 대해 주부들이 개진하는 의견은 제도를 만드는 이들한테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연세대 신방과를 나와 KBS 공채 18기로 입사한 정씨는 '토요화제 이야기 광장'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토론, 주부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다. 새로이 '주부, 세상을 말하자'를 맡으며 어느 때보다 열의를 보이고 있는 그. 97년에 공부했던 여성학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좀더 나은 삶의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성찰의 경험을 주었어요. 그때만 해도 사회적 편견이 있을 무렵인데, 결혼하고 나서 애 낳고 오니 일이 없더라구요. 여성학 하면서 개인적인 문제부터 일에 관련된 것까지 이런 저런 문제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아요.”중도하차 하긴 했지만 정씨는 “공부를 하면서 방송의 중요성도 많이 느꼈다”고 전한다.

“보통 여성들의 삶이나 일상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갖는 소중함을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정씨는 “여성, 주부에 포인트를 맞춰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주부들이 갖는 한계와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 여성들이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성에 대한 남다른 애정 탓일까. 인터뷰 중간에도 여기저기 아는 체하는 주부들에게 씩씩하게 응대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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