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eappl@hanmail.net,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지난해 말, 남편 회사에 갑작스런 인사 이동이 있었고 여럿이 자리를 옮기는 가운데 남편 역시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다. 근무기한이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고 가족이 다함께 옮기기에는 아무런 계획도 대책도 없었기에, 새해 첫 주가 시작되는 이른 새벽에 남편 홀로 단출한 짐을 꾸려 임지로 떠났다. 두 아이 데리고 씩씩하게 집을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 말라는 나의 큰소리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살림살이에 어설프고 눈물 많은 마누라가 영 못미더운 눈치였다.

솔직히 나도 겉으로는 주말부부 생활을 즐기겠다며 여유를 부렸지만, 섭섭하고 서운한 속내야 어찌 숨길 수 있었겠는가. 가까이 사시면서 우리 부부를 늘 다정하게 지켜보시는 시이모께 인사를 드리러 가니, 한 마디 툭 던지신다.

“부부란 좀 멀리 떨어져 있어봐야 서로 귀한 줄도 알고, 애틋한 정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면서 슬쩍 덧붙이신다.

“중년에는 친구 같은 부부에서, 늙으면 서로 간병인 같은 부부가 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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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준비서인 <아름다운 실버(Your Renaissance Years)>에서 저자 로버트 L. 베닝가는 노년기에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관계들을 이야기하면서, '당신의 부부 사이가 적인지, 이방인인지, 친구인지, 애인인지'를 묻고 있다. '적'이란 말년을 부부싸움으로 보내는 사람들이다. '적'이 된 부부의 갈등은 그 뿌리가 워낙 깊어 남보다 긴 결혼 기간도, 바쁜 직업활동의 은퇴도 부부관계를 회복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방인'이란 한 마디로 남남 같은 부부를 말한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바쁜 일과와 자녀양육 등에 시달리느라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게 마련인데, 부부 관계를 다시 한번 새로운 눈으로 보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없을 경우 그들은 이름만 부부일 뿐 서로에게 '이방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 같은 부부는 어떤 부부일까? 베닝가는 거의 매일 함께 이야기하는 부부, 상황이 힘들어져도 절대 서로를 버리지 않는 부부, 서로의 필요에 민감한 부부, 염려하고 보살피며 일상에서 상대에게 친절한 작은 행동을 할 줄 아는 부부라고 이야기한다. 또 바람직하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부부로 '연인' 같은 부부를 꼽고 있는데, 서로 만족한 성생활을 할 수 있는 부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예순둘, 노년의 초입에 계신 시이모께서 말씀하신 '간병인' 같은 부부는, 적과 이방인 그리고 친구와 연인 같은 부부에다가, '늙어감'이라는 변수를 포함시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 것으로 여겨졌다. 그 누구도 노화로 인한 질병을 피해 갈 수는 없으며,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길어진 노년기를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존 수명"이라는 말이 있다.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여러 가지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되는 기간을 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존 평균수명이 무려 10년이라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쉽게 말하면 우리들 생의 마지막 10년을 노년기의 질병과 장애로 인해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고,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간병이든 정서적인 지지든, 현실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줄 그 누군가의 1순위가 바로 배우자라는 것이다. 그러니 '간병인' 같은 부부가 되어간다는 표현은 얼마나 사실적이며 적나라한가.

우리들의 현실이 이럴진대 다시 한 번 곁에 있는 배우자를 돌아볼 일이다. 늙어서 서로 훌륭한 간병인이 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노년에 가장 친한 친구로 배우자를 꼽을 수만 있어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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