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전시, 전시같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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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우 <우주인>.▶

만화는 궁상맞게 방구석에 누워서 보는 것이고 그림은 우아하게 전시회를 거닐며 보는 것?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어떤 만화가는 만화를 유리상자에 담아 전시하고, 어떤 화가는 그림을 재활용가게 벽에 걸어 놓기도 한다. 만화와 미술,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두 개의 작은 전시가 눈길을 끈다. 이향우 만화전 '비틀비틀 클럽'과 홍인숙 회화전 '목단'이 그것이다.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미술품처럼 액자에 넣어 전시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는 상당히 보편적이고 한국의 경우도 최근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만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그림과 글을 떼어내 그림만 전시하기도 하고, 표지만으로 완결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우주인>의 작가 이향우는 평면적인 만화 속 인물들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으로 끌어온다. 종이 위에 누워 있는 인물들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을 담고 있던 2차원 풍경을 3차원 공간으로 바꿔버린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자주 찾던 클럽과 주인공들을 실물크기로 제작해서 관람자들이 주인공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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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숙 <귀가도>.

이향우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초청작가로 독특한 캐릭터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실험적인 연출 등으로 주목받는 순정만화가다. 이번 '비틀비틀 클럽'은 그의 세 번째 전시로 내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한다. 홍대 앞 쌤쌤쌈지회관, 1월 10일까지(02-3142-8571)

홍인숙 회화전 '목단'은 '부귀영화'를 뜻하는 목단꽃 아래 그려진 '종이인형'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들이고 있다. <귀가도> <큰누나> 등의 제목이 붙은 작품들은 낡은 자개장의 틀 속에 누군가 낙서를 해놓은 듯한 종이판화 혹은 소녀 시절 순정만화의 문법으로 그려진 인물들을 조명 아래 세워놓는 것으로 구성된다. 비례가 맞지 않는 팔다리, 너무 큰 눈과 너무 작은 코, 리본과 주름이 잔뜩 달린 스커트, 라면가닥처럼 고불거리는 노란 머리털…. 이제는 잊어버린 만화 낙서의 기억, 그 촌스런 그림들을 보면서 엄마를 기다리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 홍, 2월 22일까지(02-336-4236)

두 전시는 기존의 전시 개념에서 빗나가고 있다. 이향우의 만화들은 지하 옷매장을 밀어내고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홍인숙의 그림들은 재활용품 혹은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더미 위에 자리잡고 있다. 홍대 앞에서 이것저것 물건 사는 길에 한 번쯤 들러서 유심히 쳐다볼 전시다.

최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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