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으로 보는 춘향과 몽룡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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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가 배를 움켜쥐며 죽는다고 난리다. 손발이 차고 배가 살살 아프더니 피가 난단다. 향단과 월매는 호호 웃으며 떡과 음식을 마련해 춘향이의 초경을 축하한다. 한편 몽룡은 한밤중에 속바지를 들고 몰래 방을 나선다. 간밤 꿈에 예쁜 낭자와 재밌게 놀고 났더니 기분이 묘해지면서 속옷을 버린 게다. 방자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몽룡의 첫 몽정을 축하한다. 열세 살 춘향이와 몽룡이는 이제 사춘기를 맞게 된 것이다.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연출 방은미)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이다. 어린이 창극은 전통연희인 판소리를 어린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하고 또래 배우들이 깜찍한 연기로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는 널리 알려진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성교육과 접목시켰다.

21세기에 새롭게 태어난 어린 춘향과 몽룡은 어떻게 사랑을 할까? 초경과 몽정을 치른 두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단오날 그네터에서 처음 만난다. 첫눈에 반한 몽룡은 '러브장'을 만들어 춘향에게 건네주며 십장가를 변형시킨 '숫자송'을 부른다. 춘향이는 몽룡을 “도련님”이 아니라 “몽룡아!”라고 부르면서 '사귀게' 된다. 그렇지만 몽룡의 아버지 사또는 몽룡이가 공부는 하지 않고 춘향이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며 몽룡을 억지로 1급 강사들이 기다리는 서울로 올려보낸다. 둘은 눈물을 머금고 시험에 붙는 그날을 기약하며 이별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얼짱'만 밝히는 변사또가 부임을 해오는데….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는 현대를 사는 아이들의 감각으로 각색되어 있다. '수절'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로 해석함으로써 일부종사의 낡은 틀을 벗어던진 점이라든가, 춘향과 몽룡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평등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에 대해 연극평론가 이영미(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씨는 “성인을 위한 창극들이 오페라나 뮤지컬의 화려함과 완결된 구성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어린이 창극은 마당극의 요소들을 상당부분 취하고 있다. 특히 현대적 은어 등 아이들의 재기발랄함과 상상력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어린이) 관객들의 자발적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배우들이 객석 가운데서 관객들을 향해 연기를 하기도 하고, 어린이 관객이 직접 춘향의 편지를 몽룡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 관객들은 어느새 춘향과 몽룡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둘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원래의 춘향과 몽룡이 만나 사랑에 빠진 때는 이팔청춘 십육세. 지금으로 치면 중3 나이다. 춘향전 원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춘향과 몽룡의 농염한 성생활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아직 고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어린애들(?)이 그렇듯 과감하게 성을 즐기다니, 말세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옛날 일이고….'라며 당황한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들은 TV와 인터넷 등 수많은 매체의 홍수 속에서 사랑과 성에 대해 자각한다. 물론 어떤 어른들로서는 믿고싶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초경이나 몽정도 초등학생 나이로 낮아졌다. 이제 청소년들도 자기 나름의 사랑 문화를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전통적인 사랑 이야기 춘향전을 재해석한 <춘향이와 몽룡이의…>는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일 나이에 부모와 이성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물어본다. 특히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외모와 돈을 은근히 밝히는 '요즘 애들'에게 진짜 사랑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말한다.

<춘향이와 몽룡이의 …> 공연에는 유난히 여자 어린이 관객들이 많다. 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지만 막상 적당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현실에서 창극을 이용한 성교육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연출, 구성(구성애), 작창(유수정)에 여성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만족스런 모습이다. 어린이 창극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최예정 기자shoo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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