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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 2004년 봄/여름 콜렉션 작품.▶

저고리 길이가 줄었다 늘었다, 색상이 진한 보색 대비였다가 은은한 파스텔로 바뀌는 등 한복의 유행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민감하게 변화해왔다. 그러나 최근 십년은 한복 자체가 색다른 시도로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따라가보자.

80년대 후반은 부풀리기의 시대였다. 양장뿐 아니라 한복도 서구 드레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화려하고 풍성했다. 치마는 패티코트로 잔뜩 부풀리고 요란한 금박장식이 치마와 저고리를 둘렀다. 저고리 길이도 가슴이 보일 만큼 짧았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복은 절제미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복은 명절 혹은 공식적인 행사에 입는 옷이었다. 그러다 96년 문화체육부가 '한복 입는 날'을 선포했고 서서히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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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실나이 개량한복.

97년 한복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드디어 개량한복이 선을 보였다. 실크 대신 면으로 만든 한복이 등장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공식모임에서 유명인사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나타나 유행을 부채질했다.

덕분에 '돌실나이' '씨실과 날줄' '질경이 우리옷' 등 개량한복 브랜드 체인점들이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개량한복 붐은 대학가 동아리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한복의 아름다운 색채를 살리지 못한 점과 비싼 가격에 대중들은 다시 전통한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0년에 들어서는 한복이 파리 오뛰 꾸뜨르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디자이너 이영희의 공이 컸다. 특히 2001년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거짓말>로 상을 받은 김태연의 빨간 한복치마 풍 드레스는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복을 다른 용도로 입힌 첫 시도였다.

최근에는 한복의 느낌을 일상패션에 접목시켰다. 화려한 기생과 무당의 옷차림에서 받은 색채적 영감이 우리 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대표적으로 디자이너 이상봉의 실크 수저집을 주머니로 단 세련된 셔츠 원피스, 활옷에 들어가는 꽃자수를 가슴 부분으로 만든 톱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이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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