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되니 미처 몰랐던 자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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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을 맞은 김영희씨. 스스로 이번 전시를 '60전'이라 이름 붙였다.▶

둥글고 넓적한 얼굴, 통통하고 짧은 다리, 실처럼 작은 눈과 노래하듯 오므리고 다문 입. 한국인의 모습을 정감 있게 표현해온 닥종이 작가 김영희(60)씨가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1월 25일까지 열리는 '닥종이조형전'. 오랜 만에 고국을 찾은 작가의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종이 조형작품 70여 점이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달 20일 '작가와의 만남' 자리가 마련된 현대 갤러리에서 김씨를 만났다.

지난 81년부터 22년간 독일에서 살아 온 그에게 3년 만에 찾은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달라진 점은 부모들의 교육열”이며 “한국이 그리웠고,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독일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독일 생활은 여전히 힘들다. 때론 내가 가진 문화와 단절돼 '문화의 고아'가 된 기분이었다”며 “한국인들도 오래 살다 보면 그들만이 갖는 겸손함, 나긋나긋함의 미덕을 잃게 된다”고 전했다. 오랜 독일 생활이 남다른 성찰을 갖게 한 듯 행복에 대한 지론도 덧붙인다.

“교육상 질투나 경쟁은 아이뿐 아니라 나 스스로를 좀먹게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아이들한테 가는 걸 경계해요. 행복도 붐이 있다는 생각으로 옆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독일이 편안하면 우리나라도 편안하다, 모든 것이 순환한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는 작품활동에 대해 “예술가는 잘 구운 빵을 파는 사람보다 수입이 적은 사람”이라며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점점 고객들이 소장할 만한 작품을 찾기보다 반짝 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을 전했다. 5살 때부터 한지를 물들이고 접고 붙이며 닥종이 예술의 독창적인 길을 걸어온 김씨. 서구의 현대사회에서 점차 잊혀진 손 작업은 자연의 재료인 한지작품 구석구석에 깃들여 있다. 그가 만든 작품들에는 우리 고유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해학과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뮌헨의 노란 민들레> <밤새 훌쩍 크는 아이들> 등 여러 권의 수필집을 펴내기도 한 그는 이번 개인전에 맞춰 창작 동화집 <사과나무 꿈나들이>(샘터)를 출간했다. 오는 6일에는 전시를 기념해 그의 막내딸 봄누리 하이멜의 축하음악회가 열리며, 17일엔 직장인, 주부를 대상으로 한 '김영희 닥종이 워크숍'(수강료 7만원)이 진행된다. 문의) 02-734-6111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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