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생 김두리] “들키면 같은 뺄개이라꼬 총살 당는다니까”
[29년생 김두리] “들키면 같은 뺄개이라꼬 총살 당는다니까”
  • 최규화 작가
  • 승인 2021.08.07 13:46
  • 수정 2021-08-0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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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 - ‘29년생 김두리’ 구술생애사] 13화. 침묵해야 했던 죽음

김두리 여사는 제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할머니처럼 이름 없이 살아온 모든 여성들의 삶에 역사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역사 연표에 한 줄로 기록된 사건들이 한 여성의 인생에 어떤 ‘현실’로 존재했는지, 그 잔인하고 선명한 리얼리티를 당사자의 육성으로 생생히 전합니다. - 작가 말

“아들 시체 찾는다고 가보이, 총을 놔서 죽여놨디 피도 범벅됐지, 모르겠더란다. 얼굴로 봐야 아니까 하나 두나 디새보이, 그래 시어머니가 거서 쓰러졌는 거야.” ⓒpixabay
“아들 시체 찾는다고 가보이, 총을 놔서 죽여놨디 피도 범벅됐지, 모르겠더란다. 얼굴로 봐야 아니까 하나 두나 디새보이, 그래 시어머니가 거서 쓰러졌는 거야.” ⓒpixabay

우리가 저녁 묵고 앉아 있으니까, 지끔 요량하면 여덟 시, 아홉 시나 다 돼갈 꺼다. [시동생이] 포항서 걸어서 왔더라니까! 하이고 마…… 그직세(그때는, 바로) 내가 마라캤다(야단쳤다).

“나는 [시동생] 살릴라꼬, 피신시킨다꼬 아픈 다리를 뻐디대서(억지로 디뎌서) 빗대로까(비로) 쑤새여(쑤셔넣어) 가메 나락을 찍어가지고, 두 불(번) 세 불 실거가지고(채로 쳐서) 해줘놨디만은…….”

자아(장에) 내는 거는 좀 곱게 실거야 되거든. 그걸 갖다 내서[팔아서] 자기 요기하고 또 뭐 했다 하도(하더냐)? 돈으는 매잎(몇 닢) 썼더라꼬. 그때는 뭐가 다 돈 시세가 낮으니까 다 헐했어. 그래 거 가면 배 선가[뱃삯] 하고도, 배 타고 가고도, 아는 사람 집에 뭐 쪼매 사들고 갈 수도 있었다니까. 돈이 그래 됐다니까.

느그 작은할배[시동생]가 남은 돈을 내놓더라꼬. 느그 할아버지[남편]가 실컨(실컷) 마라캤지.

“내가 니 돈 줬는 거 아까버(아까워) 그라는 줄 아나!”

“형님 걱정하지 마소. 내 죽든동 살든동 작은집에 가가지고 있으께요. 농사짓고 있으께요.”

그래 가서 있더라꼬. 가서 얼매 안 있으니까, 경찰서 온느라 했잖아. 그래 불려 가가지고, 창고에 가 갇해서……. 한 달이나 있었는강 반 달이나 있었는강 모르겠다. 그래서…… 앤 죽었나.

그런 사람이 많았지. 하나둘이가 아니니까, 어디 가서 죽었다 소리는 어예(어떻게) 입으로 입으로 전해들은 거야.

시어머니가 놉[품팔이 일꾼] 하나 해가지고 아들 시체 찾는다고 가보이, 뭐 그양 죽여서 놔뒀는데, 총을 놔서(쏴서) 죽여놨디 피도 범벅됐지, [누가 아들인지] 모르겠더란다. 얼굴로 봐야 아니까 하나 두나(둘) 디새보이(들춰보니), 여름철이놔놓이(여름철이다 보니) 냄새는 나지, 그래 시어머니가 거서(거기서) 쓰러졌는 거야.

같이 갔는 사람이 들깨아[들깨우다 : 요란스럽게 흔들어 깨우다] 가지고 델고 왔어. 그래 “자식 찾을라 하다가 내가 엎어져 죽으면 내꺼정 느그 더 애미길따(애먹이겠다).” 하디만 그직세는[그때서는] 포기하더라꼬.

그때는 거 찾지도 모했다. 찾다가 다들래면(들키면) 총살이야. 자기네[경찰]가, 어디 갖다가 가 묻어라 해야 묻었다니까. 그 안에는[그게 아니면] 경찰들 눈 피해가지고 어예 해서 자기 아(자식) 찾으면은 모르구로(모르게) 갖다가 묻어놔야 된다니까.

그러니까 [시신을] 마카(전부) 그양 내삐지(버려두지), 찾으러 갈 수가 없는 거야. 다들캐면(들키면) 같은 뺄개이(빨갱이)라꼬 총살 당는다니까(당한다니까). 그렇기 따문에 가 찾지도 몬해.

와 오새(요새) 시체 발굴한다꼬[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조사를 말함] 안 해사트나(하지 않더냐)? 벌구디(구덩이)를 파놓고 한테(한데) 마카 갖다 처여(처넣어)가지고, 누가 누구 시첸지도 모르지. 다 썩어서 그양 있을 거야. [작가 : 그 동네는 어딘데요?] 모르지. 뭐 표나게 묻었을까봐? 몬 찾도록 핀핀하이(판판하게) 해서 묻어놨으면 어예 아노? 몇십 년이 지났는데. 모르지. 가망 없다, 야야(얘야). 찾는다는 거는 가망이 없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화병이 나가지고, 뭐 쪼끔 속상하면 가슴이 펄떡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내(늘) 이래 머리를 딩애서(동여매고) 살았다. 나도 보니까 더 불쌍해서, 더 불쌍해서 더 심기고(섬기고)……. 괄시를 하기나 호강을 하기나 [며느리가] 내밖에 업으니까…….

본대(본디) 느그 할아버지[남편]도 속에 사상은 민주당이야. 동생도 그랬고, 꼴짝에는 다 뺄개이 쪽이야.[가난한 산골 사람들은 주로 공산주의 사상을 지지했다는 뜻] 그러니까 마카 그 사람들이 뺄개이라꼬 취급을 하는 거야.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은, 공무원들, 면, 군, 지서, 경찰서, 그래 관리하는 사람들 내놓고는(말고는) 아매도(아마도) 삼분지 이는 민주당 사상일 거야. 그때 시절에 사상이.

또 동생을 그렇게 보내뿌고는 괘씸한 거야. 경찰들인데(한테) 죽었으이. 속으로 앙심은 있는 거야. 나제(나중에) 느그 할아버지가 그라더라꼬.

“내가 군대[국군] 안 갈라 했으면 그때 빠질 수도 있었다. 빠질 수도 있었는데 우예(어째서) 갔노 하면은, 내가 이판에[전쟁 중에] 군대에 가서 산다는 보장은 없고, 내가 죽디라도 내인데 따른(딸린) 식구들이라도 기 피고(펴고) 살아라 싶어가지고 갔다.”

군대 가 죽었다 하면 식구들은 기 피고 사잖아. 근데 뺄개이인데 끄직개(끌려) 갔다 하면 어디 가 말또 몬하잖아. 그때 세월이 이랬다저랬다 하니까, 우리 아들 어디 끄직개갔다 소리 절대 몬했다니까. 그거를 알 것 같으면 다 또 경찰에 불래가서 조사받고, 어예 갔는지 다 캐고 묻고, 그제? 언선시럽다꼬(지긋지긋하다고). 느그 할아버지는 군복도 싫고, 군생활도 싫은데 그래서 군대를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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