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도 담고 사랑도 나누고
김치도 담고 사랑도 나누고
  • 임인숙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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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하는 김장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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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동원 F&B 진천 공장에서 열린 '남편과 함께 김장 담그기' 행사에는 미하엘 가이어 독일 대사를 비롯한 국내외 부부 29쌍이 참여했다. <사진·이현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것 아냐?”



“생각보다 어렵네.”



“에구 허리야∼.”



중년에 접어든 남성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김장김치 담그기에 열중이다. 옆에선 부인들이 조언 반 잔소리 반, 답답한 마음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내 생애에 남편과 김장을 같이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남자가 점잖지 못하게시리….” 정태승 전경련 국제산업협력재단 전무가 생전 처음 끼워보는 고무장갑이 연신 쑥스러운 듯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열심히 무채를 썰고 김치 속을 버무리며 “어렵다”는 말을 보탠다. 여자의 몫이라 생각해 왔던 음식 만들기나 가사일에 대한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눈치다.



“내 생애 남편과 하는 김장 생각도 못 했어요”



한편에서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애를 쓰는 부부가 있다. 김희근 벽산그룹 부회장. 처음엔 “김치 투어를 내가 왜 가냐”고 했다는 그는 부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절임 배추에 무, 배, 생굴, 멸치 액젓, 젓갈, 생강,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버무려 속을 꽉꽉 채운 김치를 봉지에 담고 있다.



“회사일 열심히 하듯 김치도 잘 담그니 신기하네요.” 부인 이소형씨의 말이다.



집안의 연례행사로 여겨져 온 김장김치 담그기에 남편들이 함께 했다. 지난 22일 동원 F&B 충북 진천 공장에서 열린 '남편과 함께 하는 부부 김장담그기 행사'.



이번 행사에는 미하엘 가이어 독일대사, 로베르토 퀴로즈 미국 부영사, 필립 레이닉스 BNB Pribas 한국 대표 등 외국인을 비롯한 정치, 경제, 학계의 저명인사 부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박수현 이상백 청와대 해외언론담당국장 부부, 유순화 박찬일 조흥은행 부행장 부부, 윤상현 김대환 (주)미래공영 대표 부부, 이소형 김희근 벽산그룹 부회장 부부, 김혜옥·강창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부부 등 29쌍의 부부가 (사)아키아 연대를 통해 참여했다.



특히 한국에 온지 3개월 됐다는 미하엘 가이어 독일대사는 '재미있는 이벤트'라는 생각에 딸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김치 속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 아쉽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는 그는 “평소 외국인이 집을 찾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 음식을 즐겨먹는 편”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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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그거 신나네”



한동안 아시아를 휩쓴 사스 탓에 한국 김치를 알게 된 이들도 있다. 로베르토 퀴로즈 미국 부영사는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며 “현재 대만에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김치”라고 전한다.



현재 임산부인 부인을 위해 손수 만든 김치를 가져다 줄 생각이라고. 주부들이 힘들다고 느끼기엔 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마무리에 적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간단하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참가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재밌다”면서 “매년 대강대강 보던 것을 직접 해보니 순서나 담그는 과정을 잘 알겠다”며 소금을 많이 넣은 것 같아 걱정이라는 유순화·박찬일 조흥은행 부행장 부부, “힘들지만 정성이 들어가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윤상현·김대환 (주)미래공영 대표 부부, “생각 의외로 너무 재밌다”며 양성평등을 외치는 박수현 이상백 청와대 해외언론담당국장 부부 등. 참가자들은 한 시간 반 가량의 작업을 끝내고 봉지에 담아 밀봉한 김장 김치 10kg을 양손에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서울행 차에 올랐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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