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인생 싫어 나는 달린다
밋밋한 인생 싫어 나는 달린다
  • 동김성혜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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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씨는 오토바이를 통해 남을 신경쓰지 않고 일상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을 맛본다고 한다. <사진·민원기 기자>







첫인상과 느낌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눌수록 감칠맛 나는 이야기와 들을수록'그래 맞아!'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의 흡족한 기분을 기억하는지.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미애 씨.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더구나 시원시원한 외모와 풋풋한 인상까지. 그를 보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질투(?)마저 느낄 정도였으니까.



처음에 그를 만나겠다고 생각한 이유.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직업인 커리어우먼이 애마인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가. 서울보광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로 향하면서 긴 머리를 흩날리며 오토바이를 타는 그야말로 '영화 속 그녀'를 상상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첫마디.



“멋있게 보이려고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것 역시 인생의 또 다른 거품이 아닐까요. 오토바이는 자신의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노력 없이 포기하는 인생은 '밋밋'



최미애씨가 오토바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8월이다.



“오토바이보다 스쿠터를 먼저 탔습니다.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줬지요. ”



남편이 최씨에게 스쿠터를 선물한 결정적 이유는 무거운 가방 때문이었다고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적으면 2개, 많으면 그 이상도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택시도 어쩌다 한두 번이지 차가 많이 막히는 서울에서 지하철만큼 시간을 절약해주는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애용했다는 최씨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웠나 보다.



“처음에 스쿠터를 본 순간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당장 돈으로 바꿔 오라고 했습니다.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나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지요. 내 생애 오토바이는 없다고 선언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남편이 제게 '미애, 노력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안 돼. 도전해보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하면서 권하더라구요.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타기 시작한 스쿠터를 접고 얼마 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그는 이제 오토바이 예찬론자가 됐다.



“오토바이를 타니까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무리 차가 막혀도 오토바이는 어디든 빠져 나갈 수 있어 시간절약도 되구요.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강남과 강북을 횡단할 때가 있는데, 불필요하게 거리에 시간을 버리지 않아 너무 좋습니다. 남편이 말한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남의 눈에 신경 쓰지 않고 일상에 구속되지 않는 새로운 자유를 맛본 것이지요. 이제 제게 오토바이는 없어서는 안 될 애마입니다.”



편리한 교통수단 오토바이. 그러나 최씨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처음 스쿠터를 고를 때 50cc가 예쁘고 가벼우니까 선호합니다. 그러나 스쿠터나 오토바이 모두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안전한 게 좋지요. 50cc는 터널을 지날 때나 커브를 돌 때 많이 흔들리는 편입니다. 이왕이면 125cc 정도는 돼야 안전하게 탈 수 있습니다. 바로 집 앞에 볼일 보러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면요. 또한 자동차처럼 신호를 잘 지켜야 하고 헬멧은 반드시 써야 합니다. 멋있게 보인다고 헬멧을 안 쓰거나 헬멧을 쓰더라도 제대로 잠금장치를 하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안전은 필수입니다.”



그는 오토바이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좀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임을 다시 강조한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하고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 오토바이를 타고 한 건물에 도착했는데, 헬멧을 쓰던 저를 보고 수위 아저씨가'요즘은 여자 퀵서비스도 있네'하시더라구요. 처음엔 좀 황당했는데 바람이 분다고 잔뜩 껴입은 잠바에 헬멧을 쓴 제 모습이 영락없이 퀵서비스 차림이더라구요. 아저씨가 그렇게 본 것은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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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액세서리가 아닌 일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최미애씨. <사진·민원기 기자>▶







온 가족 오지여행 통해 진솔한 삶 배워



최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인상 깊은 얘기 한 가지를 더해줬다.



“신호에 걸려 오토바이가 나란히 서 있을 때 아저씨들의 표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외제차를 탄 사람처럼 과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퀵서비스 아저씨들은 그런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려 하지 않지요. 하지만 옆에 같은 업종 동지인 퀵서비스 아저씨가 있으면 서로 편안히 웃으며 눈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어차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모두 평등한데, 외형적인 것으로 스스로를 구속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큰 자동차로 자신을 높이 평가받으려는 모습처럼요.”



그가 이렇듯, 우리나라 국민의 외형적 거품에 대해 민감하게 지적하는 이유는 평범하지 않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의 남편은 사진작가이며 프랑스 인이다. 2001년 부부는 중고버스를 직접 개조해서 두 아이들과 애견 꼬꼿이와 함께 서울에서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서울로 318일 동안 4만 킬로미터를 여행했다.



“여행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국은 가진 게 많은 나라이지요. 너무 풍족해서 그런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여행을 끝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많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최씨는 15년을 해온 패션생활을 잠시 접어둔 상태라고 한다. 꾸미지 않아도 멋있고 예쁜 사람들을 더 예쁘게 보이려고 더 멋있게 보이려고 만드는 자신의 직업에 의미를 잃었다고 한다.



“우리는 각자 거품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거죠. 메이크업의 기본은 자기 외모의 단점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작업.



최씨는 요즘 그 출발을 고민중이라고 한다.



“먼저 '한국의 여성들이여. 이젠 두꺼운 화장을 지울 때다'. 이런 주제를 갖고 제 생각을 주위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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