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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영 유연화 등 역할 커져

중간관리직 여성들 롤 모델로 활용

여성인력정책 '질'에 포커스 맞춰야

2만 달러 시대의 목표를 앞두고 여성인력 활용은 중대한 국정과제로 등장한 가운데 대기업의 여성임원비율이 너무 낮아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의 여성사회참여는 이제 정치권과 공직 채용에서의 할당제를 설치하는 등의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진입'단계의 문제는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진입'한 초년생들과, 중간관리자 이하의 여성들의 지속과 성장에 관한 문제. 이들 중 몇 퍼센트가 하위직에 머물다 퇴사하지 않고, 고위직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는 지금부터 중요한 여성인력활용 정책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지금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롤모델이 되어주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그러나 현실은 많은 숙제를 던진다.

국가별 여성인력 활용도에서 한국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에서 미국 77%, 영국 68%, EU 72%에 비해 한국은 50% 수준. 중간관리직 비율에서는 각각 41, 29, 18%인데 비해 한국은 고작 4%, 고위임원 비율은 각각 3~5, 3, 1.5%인데 비해 한국은 1% 미만으로 기록된다.(2000년 여성개발원) 미국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은 95년 8.7%, 2000년에 12.5%, 2002년에 15.7%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강혜련교수(이대 경영학과)는 우리나라의 500인 이상 규모 기업에서 여성관리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이유를 고위경영자들의 보수적 의식과 적응력 부족에서 찾는다. “주변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벤처정신을 가진 기업은 좋은 인재를 활용하는 평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기술혁신과 상품 개발에서는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인력활용면에서는 관료주의적이고 성적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변화대응력이 늦다”는 것. 이런 문제가 한국의 우리나라 여성관리자 수를 OECD 국가 중 꼴찌로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양희 박사는 고위직에 여성임원이 부족한 원인을 “고위직 남성들 간의 강력한 네트워크”로 꼽는다. 투명한 경영이 힘든 현실에서 능력보다는 '충성도'와 '동질감'을 임원 선발의 중요한 요인으로 삼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 높이기는 여성임원이 배출되는 조건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실제 금강기획의 박종나 국장은, 남자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끈끈한 유대관계”를 공유하며 여성들은 이런 인간관계로 인한 도움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일을 하는 것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전한다. 정부가 여성 인력활용 통한 국가경쟁력제고를 중요한 정책으로 설정한 이상, 대기업의 여성임원 배출은 기업 풍토의 변화, 여성인력의 지속적 성장,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에 여성임원이 있다는 것은 회사 이미지는 물론 중간관리자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

대기업의 한 여성과장은 “여성임원이 배출된 이후로 '나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희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앞으로 좋은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지속적인 커리어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임원이 된 여성선배'를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본사 경영자문위원인 이우용 서강대 대외부총장은 앞으로 여성임원이 배출 전망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말한다. “여성임원들은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과 기업 유연성을 높이는 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임원의 확보는 세계화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요즘 젊은 여성들은 전문 직업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좋은 인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제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단순한 '진입의 기회'를 논하는 차원을 지났다. 얼마나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거리를 처리하며, 실제적인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가 등의 좀더 질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임원 찾기가 “가뭄에 콩보다 더 귀한” 현실은 서둘러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다행히 상황은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개혁과 투명성의 요구, 또 글로벌화의 추세, 새로운 리더십과 패러다임에 대한 탐색의 노력 등 최근의 사회 흐름은 고위직 여성들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과도 같다. 이제 준비된 여성들이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때다.

소광숙 기자

주요기업 여성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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