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휴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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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이윤보다 더 소중한 이유 때문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문대표에게서 철학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이기태>

'번 만큼 환원' 한국 최고기업 영예

'사람이 자산' 인재육성 과감한 투자

'뉴패러다임…'결성 고용 등 해법찾아

최대의 실업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이런 혼란한 시대 상황에서도 희망을 내뿜는 기업이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과 <휴잇> 등이 2003년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한 유한킴벌리는 최근 신입사원 공채에서 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한킴벌리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직을 4조 2교대제로 전환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판공비를 없애고 한 달에 한 번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회사. 기업의 이익보다는 환경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회사. 유한킴벌리의 성공요인에는 문국현(사진·54)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 문 대표는 단순한 기업만의 이익 창출에서 벗어나 교육, 주거, 환경 등 사회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문 대표는 시민단체 대표와 학자, 기업인 등과 함께 '뉴패러다임 포럼'을 출범해서 고용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 19일 본지 김효선 대표가 문국현 대표를 만났다.

- 문 대표에게는 다른 기업 대표와 다른 강한 소신이 있는 것 같다.

“82년 당시 기획조정실장을 그만두고 1년간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안식년을 가졌다. 그때 선진 국가의 경영을 보며 깨닫는 게 많았다. 보수적으로 가다 보면 뒤지게 마련이다. 돌아오자마자 2가지 운동을 제안해 시작했다. 먼저 골프대회나 미스코리아대회 후원보다 돈을 아껴 숲 가꾸기 운동하는 것이 의미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국유지에 나무를 심으면 기증행위로 처리돼 면세도 되지 않고 반발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는 경영혁신 운동인데 여성을 참여시키고 예비조를 둠으로써 생산현장의 작업방식을 바꾸었다. 경영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존중, 가치창조, 혁신주도이다. 유한은 이미 교육이나 자선단체를 가지고 사회공헌을 실현했고 이후에는 환경운동과 경영혁신 운동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크겠다는 생각으로 20년 동안 진행했다.”

- 경영혁신의 대표적인 작업방식이 '4조 2교대'인데 생산성은 어떤가.

“4조 2교대는 4일 일하고 4일 쉬는 방식이다. 일하는 시간이 짧을 듯 해도 생산성은 좋다. 유명 박물관을 예로 들면 수천억원씩 들여 모은 유물과 건물이 자산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러한 고정 자산에 비해 인건비용은 연간 2천만원∼3천만원으로 적은 수치다. 하지만 이를 투자해 사람을 늘리면 야간이나 주말에 개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어 이익이 극대화된다. 거대한 시설을 짧은 낮시간대 단순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환경파괴, 도로파괴, 빈부의 차를 극대화할 뿐이다. 우리 회사는 제조사업장에 인력을 늘여 4조 2교대를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 구체적으로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투자하는가.

“예비조를 둠으로써 연간 2백∼3백시간 교육할 시간이 마련됐다. 열심히 일만 하면 자칫 개인과 가정과 기업, 사회에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도끼도 날을 갈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쓸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일만 하면 녹슬고 무뎌진다. 이제는 사람을 혁신의 주체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해줘야 한다. 일과 교육을 병행해 건강하고 질 높은 청장년을 보낸 사람들은 노년도 보람되게 보낼 수 있다. 많은 지도층들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지만 직원들에겐 너무 인색하다. 공부할 시간을 주면서 일을 시켜야만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하려면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필요했을텐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왔나.

“83년 해외에서 발표된 <메가트랜드> 논문 및 미국에서 유행하는 사상을 참고해 87년 말 '비전 2001'이라는 합의서를 만들었다. 당시 유한은 엄청난 사내 민주화 운동이 일어 많은 사람들이 해고됐고 3년 동안 치열한 타협 시기를 거쳤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환으로 95년부터 기밀 판공비를 없애면서 영업이 첫해 타격을 많이 받았다. 또한 정치인들에게 단 100원의 돈도 나간 적이 없고 고정비용도 없었다. 그리고 사내 문서, 사보 등을 통해 2개월에 한 번씩 사회이슈를 놓고 40개 가까운 전 사업장에서 백여 회를 토론을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토론이 안정화되고 비전과 가치관이 공유됐다. 한 달에 한 번 경영회의 때에는 노조에서 더 이상 질문이 안 나올 때까지 듣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전직원에게 매월 실적 등 경영정보를 공개했다. 엄청난 부패에서 벗어나는 길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투명함을 숨기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정상은 멀리 높이 보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 때문에 정상에 오른 경우는 변화와 혁신에 게으르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내가 가진 손발과 시간을 이용해서 남을 도우면 자기 실현의 욕구와 열정이 충만된다. 성공이란 남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서 남들과 나누는 것이다. 아무리 수십 억을 모았다고 해도 남을 도울 수 없으면 행복을 얻을 수 없다.”

- 지금까지 영향을 받은 여성은.

“어머니뿐 아니라 예전에 좋아했던 여성, 여동생 등 내가 만난 여성들이 다 포함된다.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바르게 행동해야 했다. 특히 아내는 내 여동생의 고교 동창이었다. 아내는 환경운동가보다 절약하는 사람이다. 유한킴벌리 사장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24평에서 살았다. 아내는 아직도 차를 타지 않고 지하철, 버스만 타고 다닌다. 나의 단점을 처가 보완해준다. 가끔 밤늦게 아내의 손을 잡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 데에 바깥에서 말을 많이 하다가 처의 얘기를 듣게 되면 하루의 균형이 잘 잡히는 것 같다.”

- 유한킴벌리는 대표적인 생리대 생산업체다. 생리대 부가세 면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솔직히 생리대 부가세가 면제될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발상도 특이하지만 세계 유례없는 이런 사안이 채택되는 걸 보면 우리 나라의 시민운동과 여성들의 파워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라 환영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면세혜택이 주어지지만 기업에게는 아무런 혜택은 없다. 그 동안 여성의 상징적 의미로 추진된 운동인데 앞으로 어떤 걸로 상징을 잡을지 궁금하다. 또한 우리 상품이 그 중에 하나로 선택됐다는 데 영광이다.”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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