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1.jpg

◀배소심 /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

최근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나 체육계는 옛날 그대로다. 아직도 남성주도의 문화 때문에 여성이 체육계에서 성장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 11월7일 여성체육학회가 “한국여성체육의 발전방향”(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세미나에서 논의하다 보니 여성들이 체육계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육계가 제도부분에서 성평등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 및 체육관련 기관에 대해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스스로도 여성운동단체와 협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다소 부족했던 부분이다. 나아가 이 제도적 기반하에서 여성체육진흥을 위한 전담부서 또는 담당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차원에서 여성의 체육계 진출 창구를 다양화시키고 여성의 보다 활발한 진출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둘째, 학교 체육수업 시간에 여성과 남성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혼성학급이 늘어나면서 체육수업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여학생들이 농구나 축구에 참가하려고 해도 남학생에 비해 스피드나 기술이 부족하고 과격한 신체 접촉이 부담스러워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여학생이 득점할 경우 더 많은 점수를 줌으로써 패스를 유도하고 남학생은 왼쪽 손이나 발로만 슈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격과 득점에 대한 규칙을 변형하여 남녀학생들이 함께 참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여학생들에게만 실시되어 온 에어로빅과 같은 종목의 경우 최신 음악의 사용과 무술 동작의 가미로 남학생의 관심을 유도하여 함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혼성학급 체육수업을 위한 학교체육 시설의 확충, 다양한 종목별 학습프로그램 개발, 체육교사의 체계적인 연수 및 재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혼성학급 체육 수업의 목적과 목표를 재개념화해, 효율적인 수업운영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공유함으로써 좋은 혼성학급 체육수업에서 여학생들이 즐겁게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원활한 사회체육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사회체육의 구성요소인 참여자, 지도자, 프로그램, 시설, 조직 등의 조건이 정비되어야 한다. 이때 여성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체육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과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여건, 즉 전문적인 자질 향상을 위한 집중교육과 현직교육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생활체육 단체 및 조직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고, 참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체제가 갖춰져야 여성체육과 함께 사회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

넷째, 우수한 선수 발굴을 위한 전제로서 여성체육의 전담기구를 마련하여 재정적·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유능한 엘리트 선수를 발굴·육성해서 이들을 스포츠지도자로 육성시켜 여성 선수 저변을 확대시키는 지도자로 활약할 수 있는 순환모델이 필요하다.

끝으로, 여성체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남성체육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관점을 함께 수용해서 보다 선진화된 체육문화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학교체육의 비정상화 문제, 체육 구조의 왜곡 등과 같은 체육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는 데에 체육정책의 계획에서 평가에 이르는 전영역에 걸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