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불안정’ 이유로 13년째
친부가 650억원 상당의 자산 대신 관리
사생활 통제 심각 수준으로 알려져
관련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프리 브리트니’ 운동 미 전역 확산
"친부 법정 후견인 자격 박탈하라"
여성 팝스타 인권 침해 논쟁으로도 이어져
미 엔터계 자성의 목소리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오른쪽)와 그의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왼쪽) 간의 법정 후견인 공방이 미국 의회에까지 도달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브리트니 스피어스(오른쪽)와 그의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왼쪽) 간의 법정 후견인 공방이 미국 의회에까지 도달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39, 브리트니)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13년째 재산권과 사생활을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과거 브리트니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성차별적 가십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지만, 이제는 회복했고 본인이 원치 않는 만큼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적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되고 과도한 비난에 시달리는 여성 팝스타들의 인권 침해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재산도 직업선택권도 아버지가 결정
다큐멘터리로 드러난 스타의 참혹한 현실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 방영 예정을 알리는 SNS 포스터 ⓒFX Documentaries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 방영 예정을 알리는 SNS 포스터 ⓒFX Documentaries

이 같은 논란은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브리트니를 프레임에 가두다)’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5일 온라인 스트리밍사이트 ‘훌루’ 등에 공개된 뉴욕타임스 제작 다큐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999년 데뷔해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브리트니가 우울증과 약물중독 등에 시달리다 재활시설을 오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 다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약 12년 동안 브리트니의 법정 후견인인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2008년부터 브리트니의 정신적 불안정을 이유로 650억원 상당의 자산을 대신 관리해왔다. 당시 브리트니는 무면허 운전과 약물중독을 이유로 두 아들의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을 박탈당했다. 이때부터 브리트니는 아버지의 허락 없이 약 5900만달러(약 65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돈을 쓸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직업이나 복지 등에 관해서도 자기결정권을 잃었다. 

지난해 브리트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 아버지의 후견인 자격을 중단시켜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결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친부는 지난해 9월 건강상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브리트니의 케어매니저로 일하고 있던 조디 몽고메리에게 후견인 자리를 넘겨줬지만, 지금까지도 재정권 통제는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 브리트니’ 운동 확산 “브리트니를 자유롭게 하라”

'프리 브리트니'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 ⓒFX Documentaries
'프리 브리트니'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 ⓒFX Documentaries

이 같은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미국에서는 브리트니에게 법정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프리 브리트니'(브리트니를 자유롭게 하라)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12년간 많이 회복한 브리트니가 이제 충분히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상태인 데다 본인이 아버지의 법정 후견인 자격을 원치 않는 만큼 "브리트니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 

일부 열성 팬들의 움직임으로 치부됐던 ‘프리 브리트니’ 운동은 다큐 방영 이후 사라 제시카 파커 같은 유명 배우까지 동참하는 전국적인 해시태그 운동으로 발전했다. 

앞서 미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도 브리트니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원하고 나선 바 있다. ACLU는 지난해 8월 트위터에 “브리트니가 시민적 자유를 되찾고,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는 그녀를 돕기 위해 언제라도 달려가겠다”라고 밝혔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리트니의 친부 스피어스를 청문회에 소환하고,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브리트니가 법정 후견인 제도에 부당하게 묶여 있는지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성 팝스타의 인권 침해·성차별 문제 재조명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사생활 침해, 성차별적 가십과 발언 등이 다큐에서 조명되며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실린 2000년대 중반 잡지 표지 갈무리.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사생활 침해, 성차별적 가십과 발언 등이 다큐에서 조명되며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실린 2000년대 중반 잡지 표지 갈무리.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한편 다큐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에는 브리트니를 향한 언론의 폭력적인 보도와 성차별적 가십, 파파라치의 감시 같은 사생활 침해 등에 관한 내용도 담겨있다. 

브리트니는 데뷔 시절부터 솔로 여성 가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섹시 스타'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늘 파파라치가 따라다녔고, 가십의 대상이 됐다. 언론은 그에게 성차별적인 질문을 공개적으로 던지거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혼과 재활원 입원 등을 겪고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브리트니의 모습도 여과 없이 보도됐다. 이로 인해 브리트니가 대중에게 과도한 비난을 받고 사생활 역시 보호받지 못하는 모습이 다큐에서 조명됐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적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되고 과도한 비난에 시달리는 여성 팝스타들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연예 매체 ‘글래머’는 “우리 모두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과문을 올렸고, 패리스 힐튼, 코트니 러브, 베트 미들러 등 유명인들의 공개 사과와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브리트니에게 결별 책임을 돌리는 곡을 발표하고, 그와의 성관계 사실을 농담처럼 폭로했던 전 연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역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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