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위험수위 넘었다

6살 딸 때려 장 파열 아동권리주간 '무색'

올 신고건수 작년 2배…신고율 0.5%그쳐

아동권리 주간을 앞두고 아버지가 6살 난 딸을 폭행, 췌장이 파열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경기도 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최근 3년새 5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안양경찰서는 지난 10일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 민모(6)양을 폭행, 췌장파열에 이르게 한 아버지 민모(25)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계모 송모(26)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민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안양시 만안구 자신의 집에서 딸이 구구단을 열 번 쓰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어머니인 송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해 췌장파열을 일으킨 혐의다. 송씨는 이에 앞서 29일 반찬투정을 하는 민양을 꾸중, 딸이 이에 반항하자 종아리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복부 통증을 호소하던 민양은 지난 3일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췌장파열로 밝혀졌으며 다음날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중이다.

경기도는 수원과 의정부 등 2곳에 있는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2000년 68건에서 지난해 390건으로 4.7배 증가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경기도는 올 6월말 현재 학동학대 신고건수가 327건으로 연말까지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002년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946건으로 2001년 2,606건에 비해 13% 가량 늘었지만 잠재 아동학대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하 아동인구수 대비 잠재 학대아동수는 44만 9천여 명으로 잠재 학대아동수 대비 신고율은 0.5%에 불과하다.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주변에서 집안일로 치부하면서 신고하지 않는 것은 범죄를 방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예방책이 절실한 가운데 각 분야에서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전국 병원 내의 학대아동보호팀'을 발족, 활동에 들어갔다. 의협은 1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발대식을 갖고 “아동학대가 사회범죄행위임을 알리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학대아동보호팀을 발족하게 됐다”면서 “아동학대예방과 치료에 적극 나서고 사회적 인식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여성과 아동이 범죄위협 등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은색 호루라기 2만 개를 이달 말 무료로 나눠준다. 경찰청은 필요한 단체나 학교가 이달 말까지 각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에 연락하면 무료로 호루라기를 나눠줄 예정이다.

아동권리추진위원회(위원장 이양희)는 지난 89년 11월 20일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제정일을 기념해 오는 17∼23일까지 '아동권리주간' 동안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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