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비밀정원] 투표로 심판하자
[정치의 비밀정원] 투표로 심판하자
  •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 승인 2021.02.28 19:51
  • 수정 2021-03-02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30 재보선 사전투표가 실시된 25일 유권자가 사전투표함에 투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과 부산의 전직 시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남성이 지배해온 성차별적·성폭력적 정치권력에 대한 심판이 필요한 선거라는 것을 고려할 때 투표 참여보다 불참이 여성들에게 더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에 실망하고 낙담하고 있는, 20대 여성들 스스로 믿는 것이 필요하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근 6-7개월 동안 2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1월 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20대 여성 중 잘한다37%, ‘못한다45%, 처음으로 오차범위(±3.1%p) 밖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렸던 20대 여성의 이탈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4·7 재보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관련해 한국갤럽 관계자는 민주당이 싫어도 야권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 그보다는 투표를 포기할 것”(박준석·조소진 2021)이라고 밝혔다.

다른 정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보다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더욱이 이번 재보궐 선거가 한국을 대표하는 두 거대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전직 시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남성이 지배해온 성차별적·성폭력적 정치권력에 대한 심판이 필요한 선거라는 것을 고려할 때 투표 참여보다 불참이 여성들에게 더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투표의 힘을 여성들, 특히 현재 한국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에 실망하고 낙담하고 있는, 20대 여성들 스스로 믿는 것이 필요하다.

ⓒ권수현
ⓒ권수현

2030 청년세대, 10년 전 청년세대보다 투표참여 높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매 선거 때마다 전체 선거인의 10% 정도를 표본으로 선정해 투표율을 조사해왔다. 199214대 총선 때부터 20187회 지방선거 때까지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간에 전체 여성의 투표율은 전체 남성의 투표율보다 1.0-4.0%p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20번의 선거가 치러졌는데 그 중에서 전체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는 4번이었고, 그 중 2번이 최근 선거이다. 201719대 대선과 20187회 지방선거에서는 여성의 전체 투표율이 남성보다 각각 1.1%p1.3%p 높았다.

세대별로 투표율 변화를 살펴보면, 청년세대의 투표율이 중장년세대의 투표율보다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여겨볼 지점은 청년세대와 중장년세대 간 투표율 격차가 최근으로 올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중장년 남성들이 보수 정당의 집권의 원인을 20대의 저조한 투표율로 돌렸는데 세대별 투표율의 변화 곡선을 살펴보면, 세대 간 차이가 없다. 즉 투표율이 낮을 때는 모든 세대에서 투표율이 낮아지고 반대인 경우에도 모든 세대에서 투표율이 높아진다. 단 세대별로 투표율 수준이 다른데 이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하고 제대로 평가해야 할 것은 현재 청년세대의 투표율이 과거 청년세대보다 높다는 것이고, 이는 현재 청년세대가 과거 청년세대보다 투표참여에 있어서는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성별과 세대를 교차할 때 주목할 점은 20대 후반(25-29)30대 전반(30-34)과 후반(35-39)에서는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17대 총선에서는 30대 후반의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낮았다). 최소한 지난 25년 동안 투표참여에 있어서만큼은 청년여성이 청년남성보다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201218대 대선 때부터는 40대에서도 여성의 투표율이 동세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대 초반 여성 투표율, 최근 선거에서 동연령대 남성보다 높아져

반면, 20대 초반(20-24)의 경우,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낮았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 또한 10%p 정도로 차이가 컸다. 이 세대에서 남성의 투표율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남성의 군입대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군대에서 의무적으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동세대 여성보다 투표율이 높다. 만약 이 시기에 남성이 군대를 가지 않았을 때도 남성 투표율이 여성보다 높다고 확신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20대 초반 여성의 투표율이 증가해 여성과 남성 간 투표율 격차를 좁혔을 뿐만 아니라 19대 대선(2017)7회 지방선거(2018)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남성이 군대를 가는 조건이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투표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별과 세대에 따른 투표율의 시계열적 변화는 현재 청년세대가 과거 청년세대보다 훨씬 더 투표참여에 적극적이며, 청년세대 중에서도 여성청년이 더 적극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진보적

물론, 이렇게 높아진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자료의 부재로 알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설문조사나 연구들을 살펴보면, 20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2020)에 젠더정치연구소 여..연이 실시한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웹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여성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20대 남성보다 진보적으로 나타났으며, 선호하는 정당에 있어서도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회참여에 있어서도 20대에서만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 제정, 기본소득제, 성폭력 처벌 기준을 동의로 변경하는 것, 미프진 판매 허가, 스토킹방지법 제정 등과 같은 진보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도 20대 여성의 지지가 20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하면, 과거보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현재의 20대 여성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했을 (또는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찍을 후보가 없다? 그래도 투표로 의사표현 해야

여성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진보정당들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여성이며, 이 여성 집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진보정당들은 당선자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는 1980년대부터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Cascio and Shenhav 2020).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치학자인 에드룬드와 팬디(Lena Edlund and Rohini Pande)미국에서 여성 유권자만 투표했다면, 공화당은 1980년대 이후 절대 집권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Edlund and Pande 2002).

그런데 20대 여성 집단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내내 철저하게 20대 여성 집단의 요구를 외면해왔다. 더욱이 20대 남성의 낮은 지지(29.4%)페미니즘으로 무장한 20대 여성의 집단이기주의”(박다해 2019) 때문이라며 20대 여성에게 책임을 돌렸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출신 시장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떠한 도의적·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당헌까지 바꿔 출마를 시도하고 있다.

더 암울한 것은 다른 선택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한 표를 행사할 제3, 4의 다른 후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투표 포기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이번 4·7 재보궐 선거의 투표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20) 여성들이 있다면, 투표를 포기하기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없더라도 (20)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후보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할 것을 요청한다. 왜냐하면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의 의사는 드러나지 않으며, 정당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반면, 지지했던 정당 이외에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기록은 유권자의 다른 목소리로 기록되고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했던 정당이 유권자를 배반했다면, 반드시 투표를 통해 심판하자!

<참고문헌>

박다해. 2019. “페미니즘 무장한 20대 여성은 집단이기주의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한겨레> 2019.02.27.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883750.html#csidx04dc7558a2e7c8ea2077bca38a3af74

박준석·조소진. 2021. “총선 땐 이남자였는데서울시장 선거는 이여자심상찮다.” <한국일보> 2020.02.18.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581322

이우진. 2014. “성과 세대의 정치경제.” 재정학연구7(4), 1-40.

Cascio, Elizabeth U. and Na’ama Shenhav. 2020. “A Century of the American Woman Voter.” Th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4(2), 24-48.

Edlund, Lena and Rohini Pande. 2002. “Why Have Women Become Left-Wing? The Political Gender Gap and the Decline in Marriage.”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7(3), 917-961.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