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와 행복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역할공부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다. 풀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애숙씨는 부모역할공부를 위한 강사로 활동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하다. 본지에서는 풀꽃이 경험한 여러 가족의 사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형원이(가명)는 9살이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녀 외할머니와 일하는 아주머니 밑에서 자라다 2학년이 되면서 외숙모 댁에 지내게 됐다. 문제는 형원이가 배변 후 닦지 않고 하루 종일 생활한다. 이 일 때문에 골치 아파하던 외숙모와 형원이의 평소 대화 방식을 보자.

외숙모:“형원아. 너 오늘도 닦지 않았구나. 너 도대체 왜 그러니?”

형원:(무서운 듯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외숙모:“어휴 정말. 찜찜하지도 않니? 친구들이 냄새난다고 뭐라 안하니?”

형원:“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외숙모:“안하긴 뭘 안해! 너 다음에 또 이러면 정말 가만 안둔다.”

형원이는 “네”라고 대답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부모역할 훈련프로그램을 열심히 받고 온 외숙모가 마음을 가다듬고 똑같은 상황에서 다음 같이 말했다고 한다.

외숙모:“형원아, 너는 배변 후 닦는 게 어려운가보구나?”

형원:(평소와는 다른 외숙모의 반응에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참 지난후)

“네. 손에도 묻고 잘 못닦아요.”

외숙모:“화장지로 닦는 게 서툴러서 손에도 묻고 냄새도 나서 싫었나보구나.”

형원:(신이 난 형원이는 감춰두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네. 자꾸자꾸 화장지가 찢어지고 손에 묻어요.”

대화를 하던 중에 외숙모는 형원이가 안닦는게 아니라 못 닦았다는 사실과 화장지를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음을 알았다. 이 때 형원이의 사촌형인 봉수가 끼어 들었다.

봉수:“형원아, 나도 그러긴 하는데, 샤워기로 씻어. 그럼 괜찮아. 그리고 너 화장지 어떻게 해서 닦어?”

둘이 서로 화장지를 잡고 웃으며 닦는 시늉을 해보인다.

외숙모:“그렇구나! 샤워기로 씻을 수 있었구나!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럼 샤워기가 없는 곳에선 어떻게 하지?”

형원·봉수:“화장지로 우선 여러 겹 말아 찢어지지 않게 닦으면 되요.”

외숙모:“그래? 그럼 샤워기나 화장지로 잘 닦겠다는 말이니?”

형원:“네. 이젠 잘할 수 있어요.”

그 후 형원이는 정말 잘 닦았다고 한다. 가끔 깨끗이 못 닦아서 팬티에 조금 묻히긴 해도 열심히 닦는다고 했다.

평소 외숙모는 변을 본 후 닦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대화를 했다. 형원이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외숙모가 밉고, 싫고, 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행동은 더욱 더 고쳐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숙모가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자세로 대화를 바꿨더니 형원이 스스로 문제 해결점을 찾게 됐다. 여기서 의외의 인물인 사촌형이 끼어 들면서 진정으로 형원이의 입장이 돼 경험담을 얘기해 준 것도 형원이에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 대화를 하면 부모, 자녀간이나 형제간의 관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대화법은 옆에 있는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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