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불완전했던 페미니스트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불완전했던 페미니스트의 회고록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1.19 22:42
  • 수정 2021-01-19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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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페미니즘 개척자 필리스 체슬러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출간

 

필리스 체슬러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바다출판사
필리스 체슬러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바다출판사

1960년대 등장한 2세대 페미니즘의 개척자로 평가되는 미국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치료사 필리스 체슬러(82)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바다출판사)가 번역 출간됐다. 

체슬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케이트 밀레트, 베티 프리던 등과 함께 2세대 페미니즘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1960년대 미국에 등장한 2세대 페미니즘은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불린다.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1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참정권 쟁취에 주력한 것과 달리 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폭넓은 문제를 논하고 참여했다.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여성을 위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를 개설했으며 임신중지할 권리와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한 행진을 벌이는 등 여성 인권을 세계의 관심사로 확대했다.

2018년 처음 이 책을 펴내면서, 체슬러는 "이 회고록은 2세대 페미니즘의 역사가 아니다. 내 페미니즘 사상과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의 역사도 아니다. 이 책은 가난한 이주노동자의 딸이 어떻게 성공했고 다른 이들이 갈 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녀, 창녀, 미친년이었던 우리는 갑자기 역사를 바꾸는 주요 세력이 되었다”

이 책은 체슬러가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인간적으로 불완전했던 자신과 자매들에게 보내는 용기 있는 회고이자 위로다. 여성들의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록이기도 하다.

체슬러는 194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프가니스탄인인 첫 남편을 따라서 갔던 카불에서 5개월간 '억류'된 경험을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살기 시작했다. 1961년 카불에서 가부장제에 대해 글을 쓴 그는 1967년 전미여성연맹(NOW) 회의에 참석했고, 1969년 여성심리학회를 공동창립했다. 1970년에는 미국심리학회 측에 여성들에 대한 배상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최초의 여성학 과정 중 하나를 개설했으며 1971년에 성폭력에 관한 최초의 급진 페미니스트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고, 1972년에는 『여성과 광기』를 출간했다.

체슬러는 이 회고록에서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빛났던 순간들과 함께 어둡고 미숙했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서로에게 관대하다가도 서로를 질투했고, 연대하면서도 경쟁했다.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웠지만 먼지처럼 사라진 선배 페미니스트들을 무수히 목격했고, 그들의 활동이 후대에 전해지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체슬러는 자신과 함께 수많은 여성 문제에 치열하게 연대한 동료들이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의 이름과 활동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인간적으로 불완전했던 페미니스트

체슬러는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던 페미니즘이 여성의 역사에 얼마나 큰 획을 그었는지 이 기록을 통해 증명한다. 또한 50여 년 전 치열하게 싸웠던 선배 페미니스트로서 오늘날 후배 페미니스트들에게 ‘너희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한다.

체슬러는 페미니스트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거나 질투의 대상이 되는 여자들을 헐뜯거나 따돌렸다며,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 대부분은 지독하고 노골적인 싸움 앞에 무방비 상태였다고 말한다. 

체슬러는 "이제야 우리는 백인이든 다른 인종이든 모든 여성이 인종 차별을 내면화해 왔음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은 '남자 중독'에 가까운 상태였다면서 "나는 모든 면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동시에 그는 "역사적 영웅들을 규정하는 것은 그들이 해낸 일이지, 그들이 저질렀던 지독한 실수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460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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