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방송 토론회 여성언론인 대거 참여

“남성 기자가 여성 이슈를 보도하고 남성 PD가 여성 프로그램을 제작케 해야 한다. 남성 언론인이 바뀌어야 방송이 바뀐다.”

방송 3사 현직 여성 언론인과 여성 작가가 한 목소리로 냈다. 지난 17일 한국여성민우회 주최 '남녀평등한 방송문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MBC 김은혜 앵커, KBS 서수민 PD, SBS 남지혜 심의팀 차장, 박예랑 드라마 작가가 첫 만남을 가졌다.

각각의 영역에서 경험한 방송 현실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 이들은 남녀평등한 방송문화를 위해 '남성 언론인과 사회의 변화'를 제시하고 여성운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폭소클럽' 등을 연출한 KBS 서수민 PD는 “남성조직에서 일하기 위해 여성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편견과 제약을 극복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고백했다.

서 PD는 또 “방송은 대중적이며 매체의 깊이가 얕아 굉장히 보수적”이라며 “사회가 바뀌기 전까지는 방송이 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MBC 보도국 김은혜 앵커는 “방송 조직에서 여성은 진입부터 어렵다”며 “4%에 불과한 여성 기자들이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희화화된 여성의 모습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에 보도되는 것은 여성이 뉴스 비중을 결정하는 회의 등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라며 “상명하복이 엄격한 보도국 특성이 더해져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륜이 짧은 여성이 중요 이슈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 심의팀 남지혜 차장은 “최근 여성 사회자, 전문인이 많이 생겨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성을 상품화해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경우 방송이나 심의에서 제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해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강조했다.

'마지막 전쟁', '여성만세' 등으로 알려진 박예랑 작가는 “방송 3사 드라마 PD는 100% 남성”이라며 “여성작가들이 보수적인 남성PD들과 조율 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많이 보는 오전 시간대일수록 선정성 강한 작품이 인기를 얻는다”며 “작가와 PD들은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표에 앞서 서울여대 신문방송학과 안정임 교수는 “초기 미디어 여성운동은 미디어 속 여성이미지 분석에 집중했다”며 “이제는 이러한 이미지를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 현실에 주목하고 여성운동과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 NOW를 가리켜 “미디어를 이용해 여성 관련 이슈를 사회에 제시하는데 탁월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안 교수는 “NOW는 미디어 내 여성언론인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이날 현직 여성 언론인들의 참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상희 대표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방송이 양성평등한 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성 언론인과 여성운동이 네트워크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사무국장은 남녀평등한 방송 문화를 위해 방송사의 자체 노력으로 여성 참여율 대폭 확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성평등화, 폭력 재현 자제와 여성적 시각 강화, 제작자 남녀평등교육과 심의 강화 등을 촉구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