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의 고립과 고독을 대변하는 소설
'경단녀'의 고립과 고독을 대변하는 소설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1.04 12:38
  • 수정 2021-01-1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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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이 매달 25일 발행하는 ‘월간 핀시리즈’ 32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서유미 소설가는 2007년 등단한 이후 현대인의 내면과 다면적인 인간 군상을 정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왔다. 그의 신작 단편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는 ‘노경주’라는 한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 과정 속에서 경력을 비롯해 잃어버린 것들이 적혀 있다. 노경주는 육아휴직 이후 복직 대신 퇴직을 선택했고,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구직 활동을 이어가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이른바 ‘경단녀’인 경주에게 취업 시장은 녹록치 않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닫고 자발적 고립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직장, 가족, 친구라는 기존 관계를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지도, 그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경주의 모습은 이 시대 많은 기혼 여성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경주가 이따금 돌아보는 건 타인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했다. 현재의 삶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과거의 어떤 부분만 돌이키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이중적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도 이해시킬 방법도 없었다. 이해라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82-83쪽)

이야기는 얼핏 재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분투기로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상 속 기혼 여성의 쓸쓸한 현실이 담겨 있다. 소설은 많은 ‘어른’이 어느새 스스로 이탈한 궤도들과의 이별,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까지 담담하게 직시한다. 서유미 소설가가 ‘작가의 말’에 쓴 대로, 무언가를 잃어가는 일이 슬프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서유미/현대문학/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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