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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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여성이며 할머니이고 여신이다. 또 여성적 원형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진 시노다 볼린은 전작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에서 융 심리학의 '원형'개념을 차용,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을 여성 내면에서 활동하는 원형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지혜, 분노, 쾌활, 자애 등 여성의 내면에 담긴 원형을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여신 메티스는 지혜로운 여성의 원형이다. 그리스어 메티스 metis 또한 여신의 이름 메티스에서 온 것으로 '지혜로운 상담자', '실천적인 지혜'를 의미한다. 메티스를 내면에 지닌 여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분별력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의 일과 심오한 지혜가 한데 어우러지기 원한다면 지혜로운 여성의 원형 메티스를 살려내면 된다. 마찬가지로 분노의 여신 세크메트, 자비의 여신 관음, 직관의 여신 헤카테 등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여신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진 시노다 볼린 지음·이경미 옮김/또 하나의 문화/12,000원

성녀와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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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영화화(감독 나한봉)되었고 지난 9월부터 MBC 소설극장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박경리의 초기 작품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남자 혹은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진보적인 삶을 개척해 가는 형숙. 자신의 생각은 사라져버리고 사랑이나 관습에 얽매여 사는 하란. 성녀와 마녀는 두 여성의 가치관,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그러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일찍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작가는 여성 개인과 사회 가치관의 충돌을 제시하며 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낡은 틀을 깨고 진보적인 모습으로 구현된 박경리 특유의 강한 여성상, 당시의 인습과 관념을 무너뜨리는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현대의 독자들을 흡인할만한 호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박경리 지음/인디북/9,500원

어딸멋져-어머니와 딸이

함께 읽는 멋진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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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언니'들은 거창한 성공을 위해 삶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기형적 삶을 살지 않는다. 그들은 즐겁게 꿈꾸고, 땀 흘려 일하는 기쁨과 그 속에서 창조된 일상을 사랑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연결시켜 '내 미래는 내가 정한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오래도록 꿈꿔온 미래를 자기 자신의 현실로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을 소개하고 직업의 세계를 탐색, 매뉴얼로 삼을 수 있도록 독특한 직업 세계에 뛰어든 여성들의 일상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돌고래 조련사인 낸시 파커, 고고학자 제니퍼 웨그너, 특별수사관 마리아 페르난데즈, 출판기획자 몰린 홀로핸 등 새로운 직업의 지평을 연 여성들의 이야기가 불가능하지 않은 현실로 책 속에 펼쳐진다. 티나 슈와거·미셀 쉬거 지음/ 언니경제연구회 옮김/9,000원

나는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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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위무용의 기원, 홍신자. 그가 스물 일곱에 시작한 늦깎이 춤 인생을 돌아본 산문집이다. 춤으로 세상에 선 지 30년. 홍씨는 삶을 다시 돌아보고 자신의 본업이자 가장 치열한 활동의 장이었던 춤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잉태했고 그 작품에서 추구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 동안 만나온 사람들과 그들과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스승인 알윈 니콜라이와 이사도라 덩컨의 후계자들, 선승처럼 맑은 외모를 가진 존 케이지, 보이스 콘서트를 하면서 함께 작업했던 김덕수 사물놀이패, '미궁'을 함께 공연한 황병기, 백남준과의 만남 등 한편으로는 자잘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와 다른 한편으로는 홍신자를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다.

함께 실린 수십 컷의 흑백사진들 또한 1970년부터 현재까지 홍씨가 지나 온 궤적을 보여주며 그의 삶과 춤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 홍신자 지음/열림원/8,500원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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