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은유로 풀어낸 여성들의 섭식 장애 <달빛 아래서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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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성들은 저마다 몸이라는 화두를 떠안고 산다. 신체 사이즈에 대한 통제와 평가, 감시의 대상이 되어버린 여성의 몸. 깎여진 듯 군살 없는 몸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음식에 대한 집착은 보편화된 증상이다.

“왜 생명을 탄생시키고 유지하는 기능을 가진 아랫배와 엉덩이, 허벅지처럼 여성적 파워와 밀접하게 연결된 신체 부위들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운 여성상에서 누락된 것일까?”

오랫동안 여성의 섭식 장애를 상담해 온 임상치료학자 아니타 존스턴이 쓴 <달빛 아래서의 만찬>(넥서스)은 현대 여성의 내밀한 욕망과 권력, 그리고 음식이라는 모티브를 두 축으로 왜 유독 여성들이 음식에 집착하는지 사회적,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여성들이 거식증, 폭식증과 같은 식이 장애에 시달리는 이유를 들어보자. “모든 음식 집착에 잠재된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의 두려움이다. 자신이 어떤 권력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감정(특히 분노)을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만의 생각(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재능(다른 사람들이 질투할 때)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여성이 된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힘에 대한 두려움 등등.”

저자는 여성들이 음식의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이러한 두려움에서 탈피하고 권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약자 위에 군림하는 지배 권력이 아닌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풍요로움에 대한 믿음, 누구에게나 돌아갈 몫이 충분하다는 가정 위에 기초한 권력은 경쟁이 아닌 협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권력은 여성성에 가깝다. 저자에 따르면 더 이상 권력을 나쁘거나 위험한 것으로 보지 않을 때 여성들은 비정상적인 섭식 행동, 굶는다든지 강박적으로 먹는다든지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일로 자신의 힘을 억누를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잠재된 두려움을 치유하는 과정이 쉽기만 할까. “음식에 집착하는 여성들은 대개 내면의 남성적 측면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여성성을 끊임없이 통제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남성적 측면은 여성적 측면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비판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의 삶은 사회활동과 집안일,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들의 끝없는 목록으로 가득 차 있다.”

여성성을 회복하라. 저자는 여성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는 섭식 장애가 우리 사회와 우리 내면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불균형을 이룬 결과라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억압하고 자기 내면의 여성성의 본질을 거부할 때 여성들은 절망감과 소외감을 경험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몰아냈기에 정신적으로 끊임없는 허기를 느끼는 것이라 설명한다.

조용히 내면의 허기에 귀기울여 보자. 감정과 직관을 억누르고 자기의 목소리를 표현하지 않으며 무게와 칼로리에만 집착한 채 스스로를 무력한 인간이라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화와 설화, 동화 등을 통해 배고픔이 은유하는 이면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직시하라고 일러준다. “자기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만이 여성은 내면의 여성성으로부터 안내와 지지,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현명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내면의 기근을 끝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스스로 느끼는 굶주림의 정체를 알아내라.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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