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jpg

◀이오경숙 /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산율 1.17%, 이혼율 세계 2위, 여성가구주 19.1%. 이런 현상은 초고속으로 진전되고 있지만 변화에 따른 대응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호주제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의 목소리 역시 몇 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국회는 아직 꿈쩍도 않고 있다.

호주제에는 여성차별과 함께 가족차별이 내포돼 있다. 이혼율이 세계 2위임에도 호주제는 한번만 정식 결혼해 아이를 출산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 나아가 선택권도 없이 운명적으로 그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심리적 피해와 현실적인 피해를 주는 제도이다.

저출산의 위험신호에 대해서도 진지한 접근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보화시대 여성들의 욕구는 변화하고 있는데 낡은 시대 가치관과 사회체제만을 유지한 채 저출산을 막아낼 수 없다. 과거 시스템만을 고집할 때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노동력 부족과 경제성장률 저하, 조세부담률 상승, 연금재정 압박 등 회색빛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출산율을 회복하는 일은 인구를 억제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저출산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대책 역시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여성가구주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여성가구주가 292만여명으로 19.1%에 이른다. 남성가구주의 빈곤위험은 완화되었지만 여성가구주들은 IMF시기와 비슷하다.

현재 저소득층 여성가구주가 받을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저소득층 모자가정을 대상으로 한 모자복지법에 의해 지원된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대상자가 되기는 매우 힘들다. 모자복지법 수혜자 역시 연 4∼5만명 수준으로 대상도 적고 지원액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한부모가정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회적 편견에도 시달리고 있다. 한부모가정의 자녀=문제아, 한부모가정=비정상 가정=결손가정이라는 사회적 낙인에 움츠러들게 된다.

오죽하면 모범 가정 표창에 양부모가족뿐만 아니라 모자가족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겠는가. 미혼모들에 대한 시각은 또 어떠한가. 미혼모들을 부도덕한 여성이 아니라 조국에 아이를 낳아 바치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이들이 낙인찍히지 않도록 법률적 보완장치를 하고 있는 프랑스의 분위기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저출산과 노령화, 가족의 기능 약화, 빈곤가족의 증가, 가족가치관의 변화 등은 개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가족전체의 문제이다.

최근 가족관련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가족문제를 해결하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

가족관련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및 대안적인 가족상이 제시돼야 한다. 지금까지 가족은 사회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가족문제가 발생하면 가정 안에서 그것도 주로 여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유지해왔다.

가족을 통한 복지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복지정책,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가족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가족관계 수립, 빈곤가족에 대한 가족서비스 확대가 가족정책의 주요내용으로 자리잡을 때이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